내몸탐구생활
046. 네일아트
절친 썬은 네일아트를 좋아하고 잘했다. 그녀의 손톱은 길고 예쁘다. 그에 비해 나는 짧고 얇고 작은 손톱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그녀가 내 손톱에 색칠을 하며 말했다. 손톱이 작아서 두 번 바르면 끝나네.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엄지손톱도 붓질 두어 번이면 색이 채워졌다.
미용에는 큰 관심도, 소질도 없는 나는 남들 주기적으로 가는 미용실도 몇 년에 한 번 머리 자를 때나 간다. 첫 회사를 다니던 때를 제외하고 그 흔한 드라이나 고데기를 한 적도 없다. 그런데 네일아트만큼은 꽤 오랫동안 욕심을 부렸다. 커피잔을 들 때 보이는 절친의 길고 예쁜, 쨍한 색깔이 칠해져 있는 손톱의 영향이 컸다. 지하철 역마다 있는 저가 브랜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그때그때 맘에 드는 매니큐어를 사서 모았다. 결국 예쁜 색을 담은 그 병들은 몇 번 써보고 버려졌지만.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네일아트 샵을 꽤 꾸준히 다녔다. 10회권 같은 티켓을 사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갔다. 미용실이나 네일샵이나 다녀오면 기분 좋은 곳들이지만, 나는 네일샵을 더 좋아했다. 미용실의 두피 마사지도 좋지만 네일샵의 손 마사지가 더 좋았다. 마주 앉은 것도 좋고, 처음 본 사람에게 내 손을 맡기고 가벼운 아무 말을 주고받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완성된 손톱은 못 해도 2주 동안 소소한 행복이었다.
지난 직장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사내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을 했는데, 나는 네일아트 동호회를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기 손톱에 색칠을 했다. 나는 이 시간을 좋아했다. 야근이 일상이었던 시기였지만 이 시간은 꼭 지켰다. 예쁘게 칠해지는 각자의 손톱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손톱에 온갖 스티커를 붙여보기도 했고, 젤 네일을 직접 굽기도 해 봤지만, 그래도 재구매까지 하며 몇 번이나 사용한 건 스티커형 젤 네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무늬나 색상을 고르고, 손톱에 맞게 붙인 다음 구워냈다. 기분 전환하기에 좋았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는 안 하게 되었다. 기껏 공들여 붙인 손톱이 수영 몇 번 하고 나면 다 떨어져 버리기도 했고, 구워낼 때마다 손톱 안 쪽에 열기와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얇아진 손톱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가끔은 예쁜 손톱에 눈길이 가지만, 그렇다고 예전만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 걸 보면 앞으로 할 일이 딱히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