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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r 20. 2022

046. 네일아트

내몸탐구생활



046. 네일아트


절친 썬은 네일아트를 좋아하고 잘했다. 그녀의 손톱은 길고 예쁘다. 그에 비해 나는 짧고 얇고 작은 손톱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그녀가  손톱에 색칠을 하며 말했다. 손톱이 작아서   바르면 끝나네.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엄지손톱도 붓질 두어 번이면 색이 채워졌다.


미용에는 큰 관심도, 소질도 없는 나는 남들 주기적으로 가는 미용실도 몇 년에 한 번 머리 자를 때나 간다. 첫 회사를 다니던 때를 제외하고 그 흔한 드라이나 고데기를 한 적도 없다. 그런데 네일아트만큼은 꽤 오랫동안 욕심을 부렸다. 커피잔을 들 때 보이는 절친의 길고 예쁜, 쨍한 색깔이 칠해져 있는 손톱의 영향이 컸다. 지하철 역마다 있는 저가 브랜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그때그때 맘에 드는 매니큐어를 사서 모았다. 결국 예쁜 색을 담은 그 병들은 몇 번 써보고 버려졌지만.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네일아트 샵을 꽤 꾸준히 다녔다. 10회권 같은 티켓을 사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갔다. 미용실이나 네일샵이나 다녀오면 기분 좋은 곳들이지만, 나는 네일샵을 더 좋아했다. 미용실의 두피 마사지도 좋지만 네일샵의 손 마사지가 더 좋았다. 마주 앉은 것도 좋고, 처음 본 사람에게 내 손을 맡기고 가벼운 아무 말을 주고받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완성된 손톱은 못 해도 2주 동안 소소한 행복이었다.


지난 직장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사내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을 했는데, 나는 네일아트 동호회를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기 손톱에 색칠을 했다. 나는 이 시간을 좋아했다. 야근이 일상이었던 시기였지만 이 시간은 꼭 지켰다. 예쁘게 칠해지는 각자의 손톱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손톱에 온갖 스티커를 붙여보기도 했고, 젤 네일을 직접 굽기도 해 봤지만, 그래도 재구매까지 하며 몇 번이나 사용한 건 스티커형 젤 네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무늬나 색상을 고르고, 손톱에 맞게 붙인 다음 구워냈다. 기분 전환하기에 좋았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는 안 하게 되었다. 기껏 공들여 붙인 손톱이 수영 몇 번 하고 나면 다 떨어져 버리기도 했고, 구워낼 때마다 손톱 안 쪽에 열기와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얇아진 손톱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가끔은 예쁜 손톱에 눈길이 가지만, 그렇다고 예전만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 걸 보면 앞으로 할 일이 딱히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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