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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r 22. 2022

048. 가슴

내몸탐구생활



048. 가슴


2차 성징으로 내 몸의 변화에 대해 겪으면서 많은 혼란을 함께 겪었다. 이런 혼란에 대해 설명해 주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려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게 주어진 '여성성'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여성'이어서, '여성'이 되어서 겪게 되는 수많은 경험과 주어지는 많은 역할들.


주위 또래 여자 아이들이 하나둘 브래지어를 하기 시작하면서 불편한 상황들도 자주 생겼다. 아이든 어른이든 '남성'들이 지닌 태도와 말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어떤 불편함, 낯섦이 있었다.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 덕에 더욱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순간이 많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도 많았다.


내 가슴이 커지면서 느꼈던 당혹감이 컸다. 속옷을 사달라 말을 어렵게 꺼낸 순간, "가슴이 커진 게 자랑은 아니다"라는 날카로운 할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연달아 수치심을 느꼈다. 일부러 가슴이 커진 걸 숨기려고 일부러 꽉 조이는 작은 사이즈의 속옷을 입었다. 점점 더 커지는 가슴과 엉덩이가 보기 싫었고, 단단하고 얕은 가슴팍을 가진 남자의 몸이 부러웠다. 밤마다 느껴지는 가슴의 통증이 견딜 수 없이 아팠다.


물론, 지금은  몸에 대한 혐오나 부끄러움은 많이 사라졌지만, 종종 사춘기  겪었던 몸에 관한 여러 괴로운 경험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평평한 가슴으로  잠깐이고, 제법 무거운 가슴으로 사는  평생인데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길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10 때보다는 20 , 20 때보다는 30대가 되어서야 조금   몸과 커진 가슴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가끔은 많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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