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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r 23. 2022

049. 속옷

내몸탐구생활



049. 속옷


스무 살 되던 때 친하지 않은 여성 어른에게서 속옷 선물을 받았다. 속옷 선물은 내 생애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스무 살'에 어울리는 속옷이었다. 파랑과 빨강, 원색의 물방울무늬 무늬가 발랄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팬티의 허리 부분은 끈으로 되어 있었다. 처음 마주한 끈팬티가 당혹스러웠고, 입었을 때 꽤 편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속옷은 시착만 해보고 꽤 오랫동안 보관만 했다. 하지만 그 속옷을 계기로 나는 예쁜 속옷에 눈을 떴다.


계절마다 예쁜 속옷들을 구매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여성 속옷을 한 번씩은 입어본 것 같다. 겉옷보다 속옷에 더 신경을 쓰던 시절이었다. 옷장에 겉옷보다 속옷이 더 많았으니까. 그러면서 내 몸에 더 관심이 생겼다. 내 체형과 가슴 모양에 맞는 속옷을 고르는 것이 재밌었다. 예쁜 속옷은 좋았지만 그 속옷을 하고 있을 때는 갑옷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더 많았다. 때로는 속옷보다 시선이 더 갑갑했다. 처음 더운 나라에 갔을 때 시선에서 자유로웠고, 꼭 입어야만 했던 속옷을 벗고 다녀보고 나서는 예쁜 속옷에 대한 강박에서 조금 벗어났다. 지금도 예쁜 속옷에는 먼저 시선이 머물지만, 전처럼 구매를 하지는 않는다. 예쁜 것보다는 편한 것이 우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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