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cingRan Mar 28. 2022

054. 발톱

내몸탐구생활



054. 발톱


어릴 때 할아버지는 발톱 무좀이 있었다. 할머니의 엄지발톱에도 무좀이 있었다. 어느 순간 내 엄지발톱도 누렇게 변색이 되면서 두꺼워졌다. 발톱을 깎으면 엄지발톱이 부스러졌다. 조부모의 발톱이 그랬기 때문에 그냥 그런 발톱을 가진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여겼다. 중학생이 되면서 내가 가진 엄지발톱이 부끄러웠다. 교복을 입고 스타킹을 신던 시절이라 발톱 무좀이 더 심해졌다.  그러면서 부끄러움도 심해졌다. 맨발을 드러내는 것이 어색했고 스트레스가 되었다. 여름에도 양말과 운동화를 꼭 고집하며 신었다.


20대가 되어서야 병원에 가게 되었다. 발톱으로 피부과에 가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의사는 육안으로 슬쩍 보면서 익숙한 듯이 박혀있는 멘트를 했다. 얼마간 약을 바르고 얼마간 먹어야 하고 오늘은 주사를 맞고. 바르는 약도 그렇지만, 먹는 약을 오랫동안 먹어야 해서 간 수치도 검사해야 한다. 피를 뽑고 약을 먹어도 되는지 체크를 하고 처방을 한다.


발톱 무좀이 있던 엄지발톱은 내성발톱도 심했다. 발톱 깎을 때마다 안쪽에 박혀있는 발톱의 끝을 잘라내는 것도 아프고 어려웠다. 친구들의 발을 보면서 왜 나만 이런 발톱을 가졌는지 위축되는 경우도 많았다. 약을 꾸준히 먹는 것도, 발톱에 약을 꾸준히 바르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노력과 관리를 했고, 지금은 무좀도 내성도 사라졌다. 오늘 발톱을 깎으면서 무심코 깨끗해진 발톱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053. 아침형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