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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r 29. 2022

055. 발목 부상 (1)

내몸탐구생활



055. 발목 부상 (1)


가끔 기압이 낮은 날에는 발목이 시큰거린다. 가만히 있어도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유독 부상이 잦았던 발목. 처음 크게 접질렸던 건 20대 후반, 제주 여행을 갔을 때였다. 올레길을 한참 걷던 때였는데, 휴가 때마다 부지런히 걸었다. 그러다 다치게 된 것이다. 10코스쯤이었나. 올레길에서 만난 길동무와 만나 걷기 시작했다. 항상 혼자 걷던 내게는 처음 생긴 올레길 친구였다. 코스의 초입이 해변이었는데, 까만 현무암들이 빼곡했던 해변에서 디딘 돌이 하필 삐걱거렸다. 왼쪽 발목이 돌과 함께 꺾였고, 잠시 주저앉았다. 동행하던 이가 걱정하며 잠시 부축해 주었는데, 몇 발자국 걸으니 걸을만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크게 접질려서 다쳐본 적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부상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괜찮다 싶으니 무식하게 해변부터 시작해 들판과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를 모두 걸었다. 동행과 식사를 하고 일어나지를 못했다. 발목이 퉁퉁 부어 있었고, 신발조차 신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맙소사. 그는 자신의 숙소로 가는 길에 나를 내려주고 꼭 찜질을 하라고 했다. 다행히도 숙소 앞에서 얼음물을 팔고 있어서 그 얼음 물통을 계속 발목에 대고 있었다. 당시 나의 숙소는 도미토리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방구석의 침대에서 혼자 밤새 끙끙 앓았다. 얼음을 계속 대고 있었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그다음 날은 숙소도 옮기고 또 걸을 예정이었지만, 신발조차 신을 수 없는 퉁퉁 부은 발로 어디를 가는 것조차 무리였다. 택시를 타고 중문에 있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한의사가 발목 상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걸으면 안 된다고, 돌아가서도 며칠은 쉬어야 한다고, 안 그러면 평생 고생한다고 엄포를 놓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당시의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카메라 리뷰어였고, 돌아가서도 마감 일정이 빼곡하게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일정은 모두 포기하고 숙소에서 쉬는 것을 택했다. 7코스 중간에 있는 리조트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발목 부상을 딛고 걸은 10코스는 내가 걸어본 올레길 중에 가장 좋았고, 그 이후로 올레길은 더 이상 걷지 못했다. 돌아와서도 쩔뚝거리며 어찌어찌 촬영과 마감은 끝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친 발목은 자주 시큰거리고, 더 자주 접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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