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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r 31. 2022

057. 발

내몸탐구생활




057. 발


발 사이즈는 240으로 크지도 작지도 않다. 무난한 크기 덕분에 신발을 골라서 사야 하는 일은 드물었다. 적당히 무난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신발을 신었다. 못생긴 내 발에 애정이 많다. 물론 굽이 제법 높은 힐을 신고 다니면서 혹사를 시키기도 했다. 여러 발목 부상과 함께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내 발은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가게 해주었다. 지금은 걸음 수가 많이 줄었지만, 수영 갈 때 30분, 회사 가며 30분, 퇴근하며 30분, 산책하며 30분씩 하루에 2만 걸음을 족히 걸어 다니던 때가 있었다. 올레길도 부지런히 걸었고, 배낭을 메고 전국 곳곳의 낯선 길을 걸었고, 낯선 나라에서 낯선 길을 헤매며 더위와 싸워가며 걷기도 했다. 바다를 가면 일단 신발을 벗고 맨발로 딛는다.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모래의 감촉이 좋고, 또 차가운 바닷물의 느낌도 좋다. 앉아있노라면 무의식적으로 계속 발을 만지게 된다. 발가락의 모양새도 웃기고 그러면서도 꼼지락 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스트레칭을 할 때 앞사람과 발을 맞대고 손을 마주 잡는 동작을 좋아한다. 타인과 손을 잡을 일은 많아도 발을 맞댈 일은 드무니까. 음악을 들을 때 발을 구르면 더 흥이 난다. 내 발이 오랫동안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도 걸어야 할 낯선 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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