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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Apr 01. 2022

058. 발바닥 (1)

내몸탐구생활



058. 발바닥 (1)


여중을 나왔다. 중1 때 무용시간이 있었다. 쫙 붙는  상의와 타이즈를 신고 토슈즈를 신는다. 발바닥을 마룻바닥에 붙이고 두 발꿈치를 맞닿고 시작하는 시간. 무용복을 갈아입는 시간은 싫었지만, 강당에 모여 듣는 무용시간은 좋아했다. 짝이랑 함께 마주 앉아 다리를 찢거나 스트레칭하는 시간은 고통스러웠지만, 발을 맞대고 있는 느낌이 좋았다. 손을 잡는 건 흔히 있는 일이지만, 발바닥과 발바닥을 맞대고 있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여고를 나왔다. 고1 때 국어 선생님은 마치 강원도에서 감자 농사를 지을 것 같은, 터프한 농사꾼 분위기가 있었다. 숙제를 해오지 않은 10대 후반의 여자아이들을 혼낼 때 제자들을 때리고 싶지는 않지만, 발바닥을 때렸다. 책상 옆에 서서 발을 뒤로 들어 발바닥을 보이면 찰싹 소리가 나게 때렸다. 아프기는 했지만 또 아프지는 않았다. 더 건강해지라고 발바닥을 때리는 거라고 하며 허허 웃었다. 분명 맞았는데 기분 나쁘지 않았다. 발바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그 시절의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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