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03. 가녀린 머리
머리칼이 얇고 가늘어서 '힘아리'가 없다, '맥아리'가 없다는 말을 꽤 들었다. 미용실을 가면 디자이너가 늘 '보람을 못 느끼는 머리'라고 말한다. 특히 펌을 하면 금방 풀려서 부스스한 머리로 애매하게 보낸 시기도 있었다.
'쑥대머리'가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의 굵고 강단 있는 머리칼을 잡았을 때 손안에 가득 들어오는 느낌이 좋았다. 나이를 먹고 숱이 좀 줄었어도 그의 머리칼은 여전히 활기차다.
오른쪽 손목에 항상 머리끈을 팔찌처럼 끼우고 다닌다. 집에 들어오거나 덥거나 일이 있을 때는 질끈 묶는다. 이제는 한 줌도 되지 않는 나의 소중한 머리칼. 조만간 대머리가 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