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04. 짧은 머리
왜 마음 정리가 필요할 때는 머리카락을 자를까. 실연할 때 머리칼을 자른다고 대체 누가 시작한 말일까. 가끔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을 갈 때마다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나도 무언가 마음의 정리나 변화가 필요할 때는 머리칼을 싹둑 잘랐다. 확실히 가벼워진 머리카락만큼 머릿 속도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가끔 친구들이 긴 머리를 자르는 게 어렵다고 한다. 기른 시간이나 들인 정성이 아까운 걸까. 정작 나는 머리카락 자르는 건 어렵지 않다. 몇 년을 기른 긴 머리카락도 어느 순간 어떤 계기도 없이 짧게 잘라내고는 했다. 머리카락 따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머리카락은 그냥 두면 자란다. 머리카락을 싹둑 짧게 잘라냈다고 해서 이별을 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