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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Apr 15. 2022

072. 발자국

내몸탐구생활



072. 발자국


눈이 쌓이거나 모래사장 같은 곳에서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 같은 걸까. 달에 갔던 최초의 우주인이 발자국 하나 남기고 돌아오는 것처럼, 나도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곳을 발견할 때면 슬쩍 발자국 하나 찍어두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다. 누군가, 나라는 사람, 여기에 잠시 머물렀노라, 하면서.


발자국처럼 또 정직한 건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가끔은 발자국에서 감정의 이면을 본다. 그저 걸어가는 흔적일 뿐인데 생활 습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되고, 인생이 된다. 곳곳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발자국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어떻게 이렇게 발자국이 남았을까, 어떤 생각으로 남겼을까 하고.


나의 즐거움 중 하나는 고양이들의 흔적을 찾는 것. 평소 보이지 않은 아이들의 발자국을 만나면 왜 그리도 기쁜지 모르겠다. 아 어디선가 또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생을 이어가고 있구나 생각하면 한없이 뭉클해진다. 너는 어떻게 생겼니, 너는 어떤 눈을 가졌니,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기분 좋은 때는 언제니, 하며 나도 모르게 발자국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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