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 뱃살

내몸탐구생활

by maybe



077. 뱃살


뱃살에 대한 혐오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내게 이리도 깊게 주입되었나. 참치 뱃살은 비싸고, 고양이 뱃살은 귀엽기라도 한데, 왜 내 뱃살은 혐오스럽게만 느껴지는 것인가. 내 뱃살과 배꼽을 만지며 아주 진지하게 자기혐오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14살쯤이었다. 어릴 때부터 과체중과 비만을 왔다 갔다 했다. 뱃살은 늘 내게 과하게 있어왔다. 한때는 숨겨져 있는 복근을 꺼내 보겠다며 운동도 열심히 해봤지만, 노폐물을 모두 배출하지 못하는 체질과 게으른 천성, 그러면서도 불면증이 심했던 나는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는 자기 위안이다, 자기 합리화다 하겠지만, 나는 위안과 합리화 모두 내게 주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혐오감 속에서 계속 위축되어 살아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쓰다 보니 좀 화가 난다. 월경과 임신, 수유를 위해서 남성보다 여성의 체지방이 높다고 한다. 평생 임신과 출산, 수유를 하지 않을 사람에게는 체지방의 선택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누구에게든 한 번쯤은 따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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