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 해가 질 무렵

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by maybe



089. 해가 질 무렵


내 손목의 애플워치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혹은 기록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알림을 제공한다. 화면에 항상 보이는 필수 항목 중 하나는 일출과 일몰의 시간이다. 지금은 날씨의 영향이 없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매일 일출과 일몰 시간을 체크해 보고는 한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 중 하나다. 해가 질 무렵을 생각하면 어린왕자가 먼저 떠오르고, 언젠가 사진을 한창 찍을 적에 부지런히 걷고 뛰었던 순간이 생각난다. 원하는 일몰의 장면을 위해 가뿐 숨을 내쉬며 얼마나 뛰었던가. 그런 날은 해가 유난히 빨리 졌다. 저쪽으로 금세 넘어가 버리는 해가 야속했다. 최근에는 7시 반쯤 해가 지는데,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제법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면서 걷는다. 어느 날은 빨강에 가까운 붉은색이고, 어느 날은 귤색에 가까운 주황색이다. 며칠 전에는 코럴과 보라색이 오묘하게 섞여있었다. 매일 같은 방향으로 해가 지는데도 그 풍경은 항상 다르다. 매일 같은 길에서 해 지는 풍경을 보지만 나의 마음과 기분도 매번 다르다. 오늘은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 그라데이션도 없는 짙은 푸른색과 주황색이 분리되어 있는, 마치 겨울 하늘 같은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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