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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y 10. 2022

097. 장기기증

내몸탐구생활



097. 장기기증


스무살이 되고 의미있는 결정을 하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장기기증'이었다. 기증 서명을 앞두고 아빠한테 기증의 의사를 밝혔다. '허락'이 아니라 '동의'였다. 아빠는 '너의 몸이니 선택은 너의 것'이라고 지지를 해주었다. 시신도 기증하겠다고 하는 내게, 아빠는 '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너의 가족을 위해' 그건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라고 했다. '현재' 나의 가족이자 보호자인 아빠한테 동의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미래'의 내 가족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구나. 그제서야 한 수 더 멀리 보는 아빠의 시야가 느껴졌다. 며칠 더 고민하고 '시신기증'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기증 예정자가 되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주어질 지도 모르는 삶을 위해 건강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감을 느낀다. 신분증에 붙어있는 '장기기증'과 '각막기증'의 핑크색 스티커를 볼 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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