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짧은 글쓰기 - 익숙한 지하철을 통해
낯선 도시에 여행을 가게 되면 목적지 없이 걸어보거나 지하철은 꼭 타본다. 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어떤 흐름과 리듬이 있는데, 그것을 느껴보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되는 출퇴근 길의 지하철에서 여행자인 내게도 그 도시의 일원으로 여겨지는 것 같은 즐거운 경험으로 겹쳐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거주하는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서 지하철을 처음 탔을 때 느꼈던 즐거움이 떠오른다. 당연하게 익숙하게 사용하는 카드형 승차권이 아니라 동그란 칩 같은 승차권을 사용하는 대구나 대전 지하철은 신선한 경험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 다른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할 때가 있다. 이제는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교통카드가 전국 어디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도 종이 승차권을 사용하는 부산 지하철은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해외여행으로 많은 나라를 방문해본 것은 아니지만, 머물렀던 도시에서 경험했던 여러 지하철이 생각난다.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홍콩의 지하철은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빨랐다.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지만, 유달리 빠른 리듬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고 나니 나도 그들의 속도와 맞춰 걷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이곳에 적응했다는 생각이 들어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반면 홍콩과 인접해 있던 중국 심천의 지하철은 또 달랐다. 대구에서 만났던 동그란 칩 형태의 승차권이 귀여우면서 반가웠다. 어디든 지하철을 타는 풍경과 절차는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많이 달랐다. 열차를 타러 들어가면 짐 검사를 한다는 것과 불시에 신분증 검사를 한다는 것. 아주 생경하고 낯선 경험이었다.
쿠알라룸푸르 지하철은 추웠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도 엉덩이가 시렸고, 맨 팔과 맨다리에 닭살이 올라올 정도로 추웠다. 가만히 관찰해보니 그들은 모두 긴팔 차림이었다. 열차 안에서 나만 유일하게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제는 얇은 긴팔 옷을 먼저 챙기곤 한다.
여행자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동시에 일상에 스며드는 경험은 중요하다. 익숙한 서울 지하철에 몸을 실어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가끔은 여행자의 기분으로 지하철을 탄다. 언젠가 새롭게 만날 다른 도시의 지하철을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