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짧은 글쓰기 - 가을마다 만나는 정조대왕의 축제
나의 모든 유년시절과 생의 가장 오랜 기간을 살았던 수원에서는 매년 '정조대왕 능행차'를 재현한다. 가을마다 수원에서 진행되는 화성문화제의 행사 중 하나다. 20여 년 진행된 능행차를 초등학생이던 꼬꼬마 시절부터 매년마다 이 행차를 지켜봤으니 못해도 10번은 넘게 봤을 것이다. 나는 국내 모든 축제를 통틀어 이 대규모의 멋진 행차를 가장 좋아한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 씨의 회갑을 축하하며 기념하기 위해 1795년 을묘년에 진행된 이 행차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즉위 20주년이자 행궁 완성과 화성 축성까지 맞물려 있었다고 한다. 1800명의 인원과 말 799 필이 동원되어 총 8일간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을 지나 화성 융릉까지 총 59km가 되는 거리를 이동한다. 정조대왕은 길에서 만나는 백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어떻게든 백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 했다고 한다. 백성들도 왕을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고, 왕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잔혹한 경험을 했던 어린 시절과 아비를 잃은 결핍을 가진 인간적인 사람이었던 정조대왕. 역사상 어질고 유능한 왕으로 기억될 만큼 현재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왕이라고 하니 얼마나 다정한 사람이었나. 1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걷는 이 행차를 매년마다 보면서 220여 년 전의 왕과 그때의 분위기, 왕을 맞이하며 이 자리에 서있던 각각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본다. 같은 길을 걸으며 살고 있는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또 가늠해 본다. 코로나도 제법 수그러 들었으니 올해 10월에는 제대로 이 축제를 만끽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