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비혼러의 어느 결혼식 참석기

매일 짧은 글쓰기 - 그림같이 아름다웠던 결혼식

by maybe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남의 결혼식에서 자주 운다.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했다. 어떤 날은 입장하는 신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신랑의 눈빛을 발견했을 때 뭉클했고, 어떤 결혼식에서는 함께 입장하며 나란히 서있는 뒷모습을 볼 때, 또 어떤 때는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하며 신부고 신랑이고 누군가 눈물을 보이면 어김없이 나도 눈물이 났다.


비혼을 결심하고 난 이후 내 인생에서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이 결혼식일 것이다. 꼬꼬마 시절에는 어떤 결혼식을 할 것인가 상상을 해보며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지만, 비혼의 길을 선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나의 결혼식은 없을지언정 남의 결혼식은 초대받으면 축하하는 마음을 가득 안고 기쁘게 참석하고는 했다. 그간 초대받고 축하하러 달려간 결혼식 중에 유난히 여운이 남는 결혼식이 떠오른다.


결혼식이 예정된 공원에서 직접 주워 말린 가지를 묶어 만든 초대장을 받고 오랫동안 이 날을 기다렸다. 야외 결혼식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었고, 사랑스러운 이들의 시작에 축복하는 마음을 얹고 싶었다. 며칠 전까지 비 소식이 있어 초대받은 모든 이들을 맘 졸이게 했지만, 그날의 주인공들이 가장 불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일 아침부터 다행히 하늘은 맑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부의 동료들이 결혼식을 이끌어가는 배경음악을 연주했다. 축하 연주였던 '두 사람'을 들을 때 클래식 악기가 주는 따뜻함이 더욱 느껴져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주례 없는 이 결혼식에서는 신부와 신랑이 직접 쓴 편지를 읽었고, 서로의 부모님이 준비한 축사를 읽었다. 신부의 절친이 축하 인사를 하고, 신랑의 싱어송라이터 친구가 축가를 불렀다. 수많은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중에 그날은 유독 멋진 날이었다. 그리고 내가 울지 않은 유일한 결혼식이었다.




이전 21화21. 아버지는 짜장면이 좋다고 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