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06. 지연성 알러지
작년 여름에 청첩장 받으려고 만난 친한 이가 내게 추천했던 지연성 알러지 검사. 지연형으로 발생하는 식재료 알러지의 원인을 찾는 검사였다. 결혼 준비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면서 수십 개의 계란을 삶아 먹다가 알러지가 발현되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꽤 고가의 비용을 들여서 검사를 해봤다. 나와 맞는 식재료를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알고 싶었다. 채혈침으로 피를 뽑아낸 검사지를 택배로 보내고,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할 때까지 다소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식단에서 제외하라는 5단계 삼총사는 계란 흰자, 우유, 땅콩이 있었고, 최소 1년 이상 섭취 제한의 4단계는 계란 노른자, 메추리알, 굴, 산양유, 요거트, 우유 단백질, 아몬드가 포함되었다. 최소 3개월 이상 섭취 주의를 요하는 3단계 소고기, 닭고기, 참치, 홍합, 토마토, 치즈, 밀, 글루텐, 마늘, 생강, 효모가 있었다. 돼지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장어 등도 나와 맞지 않는 음식이라고 한다.
치킨보다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밀과 치즈를 포함한 나의 알러지 위험 요소들. 심지어 견과류와 마늘, 토마토도 참 좋아하는 식재료인데, 조금 슬펐다. 사실 계란은 생각보다 손이 잘 안 가는 식재료고, 밀 음식은 먹을 때는 맛있어도 소화가 쉽지 않아 먹기 전에 약간의 각오가 필요하기도 했다. 나는 이미 내 몸에 안 맞는 음식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이 내 몸에 해롭다고 하니 인생 참 쉽지 않다. 육류와 유제품이 특히 나와 맞지 않다는 걸 수치로 보고 나서 오랫동안 고민하던 채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렵지만 조만간 결정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