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이별도 결혼도 없는 관계

짝꿍탐구생활

by maybe



관계에 있어 내게 가장 중요했던 건 앞으로 나아갈 인생의 방향이었다. 나는 언젠가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혼인 제도에 묶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생의 일부를 함께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흔히들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언제인지 사실 잘 모르겠으나, 어쩔 수 없이 상황의 눈치를 보게 될 때가 있다. 나는 결혼 생각이 없으니 적령기는 아니지만, 상대는 또 반대의 경우일 수 있으니까.


주고받는 대화가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며 호감이 올라오던 참에 확실한 확인이 필요했다. 그에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이 흥미로웠다. 그는 파트너와 이야기가 잘 된다면 결혼해도 좋다고, 헤어지더라도 적절한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결혼을 생각했다고 한다. 만날 때 서로 합의 하에 시작되는 관계가 이별의 순간에는 그냥 끊어버릴 수 있으니까, 최소한 결혼은 그 이별의 과정 가운데 합의를 의무화하니 날벼락처럼 헤어질 일 없지 않겠냐고. 그는 '어떻게 잘 헤어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적절한 이별 과정을 거치는 관계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연애 관계의 대부분은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지며 끝이 났다. 주로 감정으로 시작하여 감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의 관계가 시작될 때 그가 말했다. 이별할 일 없는 관계라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래서 우리는 이별이 없는 관계를 이어가기로 서로 합의 하에 '결정'했다. 사계절 연애를 하고 나면 함께 살아보자고 계획을 세웠다. 그와 나, 각자 인생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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