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영화를 보는 시선

짝꿍탐구생활

by maybe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오면서 그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일단, 그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먼저 읽어내는 사람. 감독은 이 영화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냈고, 그래서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 그 의도를 먼저 파악한다. 그에 비해 나는 보이는 '장면'을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 예를 들면, 집의 구조나 벽지의 색감이나 무늬, 아무것도 없는 사막 같은 모래사장과 바위 위의 소나무 같은 것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나는 어떤 장면의 묘사나 감정선에 집중해서 평을 하는가 반면, 그는 일단 읽어낸 메시지에 대해 먼저 꺼내면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와 하는 대화가 재밌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장면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것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는 메시지를 위한 시각적인 장치에는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나는 그 영화 속 장치에 흥미가 있는데.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그와 나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 또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알게 된다. 무척 흥미롭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09. 치킨보다 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