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탐구생활
그는 낯을 가린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 퀴어 퍼레이드를 갔다가 굿즈를 사고 싶었지만, 낯선 이에게 말을 걸고 가격을 묻고 구매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굿즈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가 불편해하는 것이 또 있는데, 낯선 이와의 전화통화다. 그러니까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거나 뭔가 알아봐야 하거나 할 때 전화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전화하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거나 채팅으로 먼저 문의한다. 그런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외국의 낯선 공항이라고 한다. 일단, 낯설고, 말이 안 통하고, 거기다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이 그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그에 비해 나는 낯은 가리지 않는다. 낯선 사람에게 말도 잘 걸고, 질문도 잘하고, 전화도 잘한다. 인터넷을 검색하기 전에 먼저 전화부터 해보는 성격 급한 사람이다. 요새는 채팅이 편해졌다지만 아직까지는 통화가 더 편하다. 낯선 지역, 낯선 공간, 낯선 사람 모두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낯선 나라의 공항에서는 당연히 나도 긴장은 하겠지만, 주변을 살피며 제법 눈치껏 입국심사를 마치는 편이다. 인터넷이 안되면 손짓 발짓해가며 물어보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낯선 음식은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경험해봐야 하는 내가 특히 음식은 같이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같이 음식을 먹는 것은 매우 소중한 행위니까. 어쨌든 그가 못 하는 건 내가 하면 되고, 내가 힘든 건 그가 하면 된다. 서로 견디기 힘든 건 안 하면 되고. 그런 의미에서 각각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것은 꽤나 중요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