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탐구생활
그와 연애를 하면서 서로의 문제로 싸우거나 다툰 적이 없다. 서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대화하며 조율하는 방법을 택한다. 함께 살게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딱히 싸우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그와 나는 서로의 일에는 크게 화가 나지 않는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할 때는 그냥 받아들이면 쉽다. 그런 의미에서 그와 나는 상대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며, 굳이 나의 방식에 상대를 끼워 맞추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분쟁은 '내가 옳다' 혹은 '내가 맞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내게 맞춰진 것들은 내게 편한 것뿐이지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아, 생각해보니 딱 한 번 싸웠다. 싸웠다기보다는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근데 따지고 보면 우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친구 커플의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미필 애인의 길게 씻는 시간에 대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라고 얘기했다고 웃으며 말했을 때였다. 그는 '군대'라는 조직의 비효율에 대해 말하다가 살짝 목소리가 커졌다. 그걸 나는 짜증을 낸다고 느꼈고, "근데 그건 내 친구가 했던 말이고, 나는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데, 내가 하지도 않은 이야기에 대해 내게 짜증을 낼 건 아니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바로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 군대라는 조직에 대해 뭔가 가볍게 얘기하거나 미필자에 대한 무시가 느껴져서 다소 격앙되었다고.
하필 우리의 첫 다툼(?)이 친구가 한 얘기로 인함이라니 다소 어이가 없었지만, 결국 그가 어떤 주제나 뉘앙스에서 '버튼이 눌리는'지 알게 된 건 큰 소득이긴 했다. 그 이후로는 정말 다툴 일이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는 싸운 적 없는 커플은 다른 문제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데 싸우는 게 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와 싸울 순간이 다시 온대도 우리는 금방 화해할 자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