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사진
요즘은 동영상의 시대라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진이 더 좋다. 취향을 따라가면 역시 사진이다. 기록과 기억에 집착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고,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살짝 끼인 아날로그 세대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 자연스럽게 내 곁에 있었던 것이 사진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이것 또한 환경의 영향이겠지만 나의 취향은 부친으로부터 왔다.
부친은 20대 때 낡은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걸 즐겨했다고 한다. 미취학 아동일 때의 내 사진이 꽤 많은 이유도 아빠의 취미 덕분이었다. 지금이야 사진과 영상 모두 흔하고, 성장 기록도 많이 남기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아빠가 쓰던 필름 카메라가 지금도 나의 집에 보관되어 있는데, 내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20대 때 아빠가 주었다. 초점도, 노출도 모두 직접 맞춰야 하는 무거운, 완벽한 아날로그 카메라였다.
나는 아직도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로망이 남아있다. 필름과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것저것 무턱대고 찍어대던 시절이 있었다. 잡고 있는 손에 느껴지던 묵직한 카메라의 무게도, 비릿한 필름의 냄새도 좋아했고, 셔터를 눌렀을 때 철컥하는 소리, 필름을 감을 때 들리는 짤깍거리는 소리가 좋았다. 24장, 36장 다 찍은 필름 롤을 여러 개 들고 사진관으로 가서 스캔하고, 또 어떤 장면은 현상을 하기도 했다. 내방 벽에는 사진으로 가득했고, 새로운 사진이 생기면 교체해서 붙이기도 했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공간이 된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취미이자 생활이 되었는데, 지금은 ‘기록’으로서 남겨두는 형태라고 한다면 그때는 ‘기억’으로 담아두는 형태였다. 그래서 그런 건지 어떤 사진 한 장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셔터를 눌렀던 순간, 그때 그곳의 날씨와 공기, 내 기분까지 모두 선명하게 떠오른다. 유난히 사진은 그렇다. 멈춰있는 그 찰나의 순간이 한 장의 사진에 저장되어 그 시간은 영원히 흐르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은 사진이 너무나 쉽고 흔해져서 주로 ‘기념’의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어딘가 다녀온 기념, 무엇을 해본 기념, 어떤 걸 먹은 기념, 누군가 만난 기념으로 남겨지는 사진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랴. 어쨌든 남는 건 사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