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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Sep 29. 2022

‘배우자’가 아닌 ‘반려자’로

007. 내 짝꿍



짝꿍과 서로의 연인이 된 지 오늘로 딱 2년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반려가 되기로 약속했다. 그 어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혼인으로 묶이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인이자 가족으로, 친구이자 짝꿍으로 서로를 반려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이것은 엄청난 결단이다. 물론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지만, 앞일에 대한 생각은 그때 하기로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날 무렵 그는 본가에 가서 부모님 앞에서 선포를 하였다. “엄마, 나 결혼식 안 해도 되지? 여자 친구가 비혼 주의야. 결혼식 없이 같이 살려고.”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말하는 그에게 돌아온 답변과 반응이 재밌다.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래라.” 한 마디 하셨다고 한다. 너희 인생이니 알아서 하라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부모님은 우리에게 결혼식 얘기는 한 번도 꺼내지 않으셨다. 여러 번 같이 밥을 먹고, 가족끼리 가는 여행에 동행하는 과정에서도 내게 흔한 조언이나 부담스러운 제안도 없었다. 그의 구김 없고 한결같은 성정과 유쾌함은 분명 부모님으로부터 왔으리라.


우리가 함께 한 2년 동안 그의 상황이나 환경은 그대로인데, 나는 크고 작은 사건과 변화를 여러 번 겪었다. 그의 우직함이나 넓은 이해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다시 생각해봐도 아찔하다. 내가 사기를 당해 절망과 나락에 빠져 있을 때도 그는 그대로 내 곁에 있어 주었다. 그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힘들 때 사람 버리는 거 아니라고는 하지만, 막상 겪어보면 혈연관계도 어려운 일이다. 연인이라 하더라도 그가 굳이 내 곁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고, 언제든지 그가 떠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를 원망할 수 없다고 각오했다. 하지만 그는 서로의 반려가 되자는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고, 내가 힘들 때 우리의 관계를 쉽게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짝꿍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견뎠다. 그리고 빠르게 다시 생활의 루틴과 일상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언젠가 그와 내가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때 했던 이야기가 있다. ‘연애는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관계는 결단으로 유지된다’고. 그와 나는 앞으로의 시간을 서로와 함께하기로 결단했기 때문에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기로 선택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우리는 작은 분쟁도, 그 어떤 갈등도 없었다. 그는 나를, 나는 그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가 각자 잘하는 것을 하기로, 약점이나 못하는 것을 들먹이거나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고, 함께 반려할 수 있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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