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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Oct 03. 2022

피자는 ‘완전식품’이지

011. 피자



치킨보다 피자를 더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피자는 내게 약간 애증의 음식이다. 증오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먹으면 어김없이 탈이 나는 음식이라서 그렇다. 밀가루가 안 받는 몸이라는 걸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지연성 알러지 검사를 해보니 밀, 글루텐, 토마토, 치즈가 모두 알러지 항목이었다. 피자를 매우 사랑하는데, 모든 재료가 알러지 유발 식재료라는 것이 무척 슬픈 일.


지금이야 피자가 무척 흔해서 특별식이 아니지만, 90년대에 10대를 보낸 세대로서 피자나 햄버거, 치킨은 특별한 음식이었다. 조부모와 살았던 나는 이런 특별식은 거의 접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쩌다 당시 친구의 외식에 참석하게 되어 피자헛을 처음 가게 됐는데, 무척 인상 깊었는지 그 장면이 사진처럼 남아있다. 내 앞의 접시에 피자 조각이 하나씩 놓이고, 내 컵의 콜라가 계속 리필되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때 먹었던 피자가 무척 맛있었던 것도.


피자는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던 20대의 내게 가장 큰 사치 중 하나였다. 친구와 같이 가서 샐러드를 실컷 퍼먹고, 메인 메뉴인 피자는 남겨서 포장해오고 다음날까지 챙겨 먹기도 했다. 요새는 알러지 때문에 적당히 멀리하거나 조심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자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소울 푸드다. 항상 피자는 ‘완전식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치킨은 뼈가 남아 쓰레기가 추가되지만, 피자는 먹고 나면 박스만 남는다. 거기다 식어도 맛있다. 얼마나 효율성 좋은 음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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