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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Oct 04. 2022

당신은 민초단입니까, 반민초단입니까

012. 민트초코



호불호가 강한 음식에 있어서 나는 보통 ‘호’ 쪽이지만, 짝꿍은 ‘불호’에 더 가깝다. 연애 초반에 짝꿍에게 민초를 먹냐고 물어보니, 민트도 먹고 초코도 먹지만 민트초코는 먹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민초도 안 먹는다니 실망스럽다고 답하니, 그가 대뜸 ‘자기, 민초 파시스트였어요?’라고 물었다. 이왕 ‘파시스트’ 소리까지 들은 김에 그에게 종종 민초를 권했다. 다행히 그는 맛보는 것에 인색하지는 않아 곧잘 먹어준다. 요새는 경우에 따라 민초를 먹기는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민초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민초단’이다. 초콜릿을 매우 좋아하는 건 아니어도 민트초코는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 민트초코가 아주 유행하고 있어서 별의별 민초 음식이 보이는데, 민초단이라고 해도 모든 민초를 먹는 건 아니다. 일단, 민트는 차가운 쪽이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따뜻한 음식으로 만든 건 이런 나조차도 불호다. 그리고 초코보다는 민트의 맛이 더 진한 걸 좋아한다. 아이스크림이 민초를 좋아하게 된 시초여서 그런지, 아이스크림의 형태는 브랜드 상관없이 항상 시도해 본다. 경험상 그나마 완벽한 실패가 없는 게 역시 아이스크림인 것 같기도 하다.


20살부터 꽤 오랫동안 배스킨라빈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는 배스킨라빈스에서 그린티나 민트초코칩이 가장 인기 없는 맛이었지만, 나는 무척 좋아했다. 가끔 본사에서 상품권 선물을 받으면 아이스크림을 싸게 살 수 있었는데, 한 통은 늘 민초로 가득 채웠다. 함께 일하던 이들도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던 걸 떠올려 보니 나는 역시 비주류에 더 가까운 쪽인 것 같다. 재고로 남는 아이스크림 텁을 비운다고 우리 점장은 무척 신났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민트는 맛보다 화한 향이나 매운 통각 쪽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혹자는 치약 맛이라 싫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서 좋은 쪽이다. 일단 시원하고 입안이 상쾌해지니까. 디저트는 무조건 단 음식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다양한 맛과 취향은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누군가를 만나면 민초를 먹는지 종종 물어본다. 편을 가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민초단은 유난히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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