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양꼬치
요즘은 코로나 영향도 있고 길거리 음식이 많이 사라졌지만 어릴 때는 길거리 음식을 자주 먹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고 일단 싸니까. 편의점 김밥을 먹느니 길거리 분식을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10대에는 떡꼬치, 20대에는 닭꼬치, 30대가 된 후로는 양꼬치를 즐겨 먹었다. 그러고 보면 꼬치는 시대를 관통하는 모양이다. 전 직장에서 여성들끼리 점심때 양꼬치를 회식 메뉴로 정해서 먹은 적이 있다. 식당에 사람도 없고 여유 있게 굽고 먹고 마셨다. 솔직히 삼겹살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양꼬치는 가끔씩 생각난다. 어림잡아 분기 별로 먹게 되는 것 같다. 일단 굽는 고기 중에서는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은데, 꼬치가 굴러가면서 익어가는 걸 꾸준히 관찰해 줘야 한다. 수다 떠느라 양꼬치의 상태를 체크하지 않으면 까맣게 타버리거나 바짝 익어서 딱딱해진다. 쯔란에 찍어 먹는 것도 좋지만, 요즘에는 쯔란 없이 꼬치의 고기만 먹게 됐다. 아무래도 양꼬치를 반복해서 먹으면서 특유의 노린내 같은 것에 면역이 생긴 모양이다. 아무렴 어때, 잘 먹으면 됐지.
향신료 강한 음식을 기피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입맛에는 예민하지 않아 나는 주로 ‘호’에 가깝다. 지연성 알러지에 많은 식재료가 걸려있어 생각보다 먹을 게 없다는 것은 아쉽다. 그에 비해 짝꿍은 알러지가 있거나 소화가 안되거나 못 먹는 음식은 없는데, 향신료에는 예민한 편이다. 그나마 마라탕이나 양꼬치는 함께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서 가끔씩 외식으로 함께 양꼬치를 먹고 있다.
기름이 살짝 빠진, 적당히 잘게 썰린 고기들을 다 하나씩 꼬치에서 빼고, 또 하나씩 먹는 과정도 즐겁다. 곁들여 마시는 맥주는 무엇인들 다 좋지만, 나는 하얼빈 맥주랑 먹는 게 좋다. ‘양꼬치에는 칭따오’라고 대명사처럼 되어 있어 왠지 반대의 손을 올리고 싶어 나만의 룰을 만들었다. 차이점이 무어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은 없지만. 날이 선선해지니 역시나 불앞에 있는 음식들이 생각난다. 조만간 무알콜 칭따오와 같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