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감바스 알 아히요
오랫동안 자취를 해왔지만 요리를 손 놓은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종종 직접 해먹는 유일한 요리가 있다. 감바스 알 아히요, 풀네임은 길어서 쉽게 ‘감바스’라고 부르는 그 요리. 이름에서부터 그 재료를 알 수 있다. 감바스는 새우, 아히요는 마늘. 올리브오일, 새우, 마늘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는 아주 간단하면서 맛있는 요리. 나의 경우는 그때그때 조리법이 달라지는 소위 말하는 ‘야매’ 요리다. 양파를 넣기도 하고, 버섯이나 호박을 넣기도 하고, 올리브를 넣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항상 바뀌지 않는 건 새우와 마늘은 가득 넣어야 한다는 것. 씹히는 식감을 무척 좋아해서 특히 마늘은 편으로 썰 때도 두껍게 썬다.
감바스를 처음 먹었던 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요리한 순간은 기억난다. 페페론치노가 없어서 청양고추를 썰어 넣었는데 무척 한국스럽고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감바스 자체가 한국과 어울리는 음식이 아닌가. 어쨌든 언제든지 감바스를 해먹기 위해 냉동실에는 새우가 항상 있다. 거기다 올리브오일과 페페론치노도 항상 구비되어 있다. ‘소울푸드’라고 부를 만한 좋아하는 음식은 많지만, 생각해 보니 감바스야말로 진정한 소울푸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