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10. 안경잡이
어느 날 시야가 흐릿해졌다. 고모와 함께 안경점에 가서 시력 검사를 해보니 시력은 괜찮지만 난시가 심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안경을 쓰는 게 두통도 없고 눈의 피로감도 덜 할 거라고. 그래서 그렇게 첫 안경을 갖게 되었다.
안경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10대 초반에 낮은 내 콧대에 얇은 금색 테를 올려두고 한참 동안 거울을 들여다봤다. 거울에 비친 안경 쓴 모습이 낯설고, 코에 얹어진 기분이 이상했다. 그 후로 중학교를 다닐 무렵 무테를 썼다. 꽤 날카로워 보였다. 고등학교 갈 무렵 렌즈가 깨지고 테가 분리되었다.
빨간 뿔테가 다음 타자가 되었다. 확 튀는 쨍한 빨간색이었는데, 20대 중반까지 꽤 오랫동안 사용했다. 그다음은 짙은 갈색의 뿔테, 그다음은 독특한 무늬의 뿔테, 그리고 최근에는 아주 얇고 가벼운 금테로 다시 돌아왔다. 돌고 돌아 20여 년이 흐르고 다시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