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90. 멀미
언젠가 혼자 여행을 다니다 얻어 탔던 낚싯배 생각이 난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있는 작은 배에 앉아 넘실거리는 파도를 그대로 느끼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멀미가 나지 않았다. 섬 토박이 선장님은 무척 신기해하며, '이 정도로 멀미를 안 하면 바닷 놈에게 시집가야 한다'라고 농을 했다. 나조차도 신기했다. 평소에 컨디션이 안 좋으면 지하철에서도 멀미를 하던 나였다. 버스나 차를 타면 일단 잠들어야 한다. 늘 멀미가 심한 편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괜찮았다. 간밤에도 빠르게 달리는 스피드 보트를 탔는데, 그 당시에도 멀미는 거의 하지 않았다. 아마도 밤바다를 처음 경험한 순간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 걸까. 그로부터 대략 10년 후 발리로 가는 슬로 페리에 나는 용감하게 올라섰다. 뱃멀미는 하지 않는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얼마나 심하게 멀미를 느꼈던가. 앉아있지 못할 정도였다. 교만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한 번의 경험이 매번 같은 경험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또 다른 경험으로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