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cingRan May 03. 2022

090. 멀미

내몸탐구생활



090. 멀미


언젠가 혼자 여행을 다니다 얻어 탔던 낚싯배 생각이 난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있는 작은 배에 앉아 넘실거리는 파도를 그대로 느끼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멀미가 나지 않았다. 섬 토박이 선장님은 무척 신기해하며, '이 정도로 멀미를 안 하면 바닷 놈에게 시집가야 한다'라고 농을 했다. 나조차도 신기했다. 평소에 컨디션이 안 좋으면 지하철에서도 멀미를 하던 나였다. 버스나 차를 타면 일단 잠들어야 한다. 늘 멀미가 심한 편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괜찮았다. 간밤에도 빠르게 달리는 스피드 보트를 탔는데, 그 당시에도 멀미는 거의 하지 않았다. 아마도 밤바다를 처음 경험한 순간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 걸까. 그로부터 대략 10년 후 발리로 가는 슬로 페리에 나는 용감하게 올라섰다. 뱃멀미는 하지 않는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얼마나 심하게 멀미를 느꼈던가. 앉아있지 못할 정도였다. 교만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한 번의 경험이 매번 같은 경험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또 다른 경험으로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089. 더위와 추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