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91. 호르몬의 노예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불안하거나, 기분이 곤두박질치거나, 몸이 무겁게 짓눌리듯한 통증을 느끼거나, 식탐이 솟구치거나, 그러면서도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날들이 잦았다. 며칠을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 그랬냐는 듯이 말끔해졌다. 이런 패턴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는 증상에 대한 일기를 썼다. 따져보니 모두 월경 전에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월경전 증후군. PMS(premenstrual syndrome)라고 나의 증상에 대한 이름을 알게 되고 난 후로는 뭔가 명확해졌다. 그렇구나, 매달 이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호르몬의 노예'로 살아가게 되는 거구나. 그 이후로는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들쑥날쑥해도 걱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경험상 시간이 지나면 또 사라지니까. 하지만 매번 겪는데도 겪을수록 적응은 되지 않는다. '인정'하고 있어도 막상 겪으면 더 나락으로 떨어질 때가 있고, 경험을 했기에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처럼 더욱 불편할 때가 많았다. 만화나 영화, 일상생활에서도 누군가 이유 없이 감정의 변화가 잦다면, '그날'이냐고 묻는다. 생리 전이든, 생리 중이든 어쩔 수 없이 호르몬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