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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y 04. 2022

091. 호르몬의 노예

내몸탐구생활



091. 호르몬의 노예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불안하거나, 기분이 곤두박질치거나, 몸이 무겁게 짓눌리듯한 통증을 느끼거나, 식탐이 솟구치거나, 그러면서도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날들이 잦았다. 며칠을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 그랬냐는 듯이 말끔해졌다. 이런 패턴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는 증상에 대한 일기를 썼다. 따져보니 모두 월경 전에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월경전 증후군. PMS(premenstrual syndrome)라고 나의 증상에 대한 이름을 알게 되고 난 후로는 뭔가 명확해졌다. 그렇구나, 매달 이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호르몬의 노예'로 살아가게 되는 거구나. 그 이후로는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들쑥날쑥해도 걱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경험상 시간이 지나면 또 사라지니까. 하지만 매번 겪는데도 겪을수록 적응은 되지 않는다. '인정'하고 있어도 막상 겪으면 더 나락으로 떨어질 때가 있고, 경험을 했기에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처럼 더욱 불편할 때가 많았다. 만화나 영화, 일상생활에서도 누군가 이유 없이 감정의 변화가 잦다면, '그날'이냐고 묻는다. 생리 전이든, 생리 중이든 어쩔 수 없이 호르몬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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