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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y 05. 2022

092. 여성의 통증



092. 여성의 통증


고등학생 시절 만난 친구 썬은 매달마다 생리통을 심하게 앓았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고 했다. 그녀는 매번 진통제를 챙겨 먹었고, 생리가 시작될 때면 고통스러워했다. 10대에서부터 20대, 30대까지 걸쳐 그녀의 생리통을 목격했고, 간접으로 경험해왔다. 그녀가 생리할 때가 되었다고 하면 으레 뒤따라 오는 그녀의 생리통과 컨디션을 염려하곤 했다. 그에 비해 나는 생리가 시작되면 찜찜하거나 불편할 뿐 생리통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20대 중반까지는 그랬다. 스물대여섯 정도 될 무렵부터 생리 시작 전에는 아랫배가 뻐근했고, 생리 중에는 몸살이 나거나 메스껍고 동시에 허리가 쥐어짜듯이 아팠다. 일기를 쓰면서 통증에 대한 기록도 적었는데, 꽤 주기적으로 생리를 했던 때라 나중에 따져보니 생리 전 통증은 배란통이었다. 생리 전에 겪는 호르몬에 의한 감정의 폭풍도 견디기 힘든데, 없던 생리통과 배란통이라니. 누군가는 나이를 먹을수록 통증이 사라졌다 하던데, 나는 반대의 경우였다. 그로부터 10년 넘게 매달 폭풍 같은 감정과 생리 전후의 통증을 겪고 있다. 폐경이 보통 50세 전후로 나타난다던데, 그렇다면 아직 10년은 더 남았다는 것이다. 여성으로 태어나서 호르몬의 영향 없이 아프지 않거나 보통의 감정으로 보내는 날은 얼마나 될까. 앞으로 내게 그런 날들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생리통은 산통과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산통은 생리통에 비해 몇 배, 몇 십배나 더 아플 것이다. 여성의 몸으로 태어난 나는 여성인 나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지독한 삶인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여성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통증에 대해 또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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