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27. 지렁이 세 마리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지렁이 세 마리가 기어가다가, 아이고 무서워 해골바가지! 꼬꼬마일 때 해골을 그리며 불러봤던 노래를 떠올려본다. 어느새 이마에 지렁이 세 마리의 꿈틀거리는 주름이 생겼다. 눈이 제법 나쁜데 안경을 벗은 지 좀 오래됐다. 흐릿하게 보이니 종종 눈을 치켜뜨고 보게 된다. 어릴 때 누군가에게서 '잘 안 보이면 안경을 쓰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눈을 치켜뜨면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이마에 지렁이 세 마리가 생겼던가. 요즘은 이마 위 지렁이 세 마리보다, 해골바가지보다, 차근차근 먹는 나이보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나의 시간 감각이 더 무섭다 여겨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