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미크론의 포위망을 뚫지 못했다. 주변에 이 사람 저 사람 걸려 나도 벗어나지 못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걸려 버렸다.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데 약사분께서 밝은 미소로 당첨 소식을 전하시니 이거 웃어야 하나 씁쓸한 생각이 들면서도 무료란 말에 기분은 나쁘지 않은 묘한 상태로 약국을 나왔다.
목이 점점 아파왔다. 오미크론은 특히나 목이 아프다 들었는데 어느 정도 아플지 미리 걱정이 되었다. 누군 침만 삼켜도 아프다 하고 누군 찌르는듯한 통증이 있다 하니,마실수 있을 때 마시자, 먹을 수 있을 때 먹자 하며 집에 와서 있는 껏 먹었다. 이렇게 살고자 하는구나 코로나에 걸리고 나의 삶에 대한 욕망을 재확인했다.
코로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난 눈이 침침해졌다. 몸의 안 좋은 곳이 반응한다 들었는데 요즘 나빠지고 있는 눈이 초점을 잃었다. 모든 사물이 두 개, 세 개로 보였다. 그래서 멍을 때리게 되었다. 할 건 많지만 어쩔 수 없다. 내려놓을 수밖에.
목이 아프고 눈이 침침하고 점점 코가 막혀왔다. 냄새를 못 맡는 코가 되었다. 민감한 후각이라 평소 열린 화장실 문을 수시로 닫고 환풍기를 켜 놓는데 볼일을 봐도 냄새를 못 느끼게 되었다. 화장실의 상쾌한 시원함만 느껴졌다.
코가 막히니 음식의 간을 봐도 맛이 느껴지지 않아 감으로 대충 맞췄다.친정엄마가최근 자주 하시는말이 떠올랐다. "나이가 드니 코가 맥혀서 냄새를 못 맡겠어.그래서 간을 대충 해." 음식 하실 때마다 맛을 모르겠다, 맛이 없다 말하시던 엄마, 코가 막혀 보니 이해가 된다.
라떼를 좋아하는 나는 평소처럼 고집스럽게 핸드드립라떼를 만들어 마셨다. 아,라떼인데 탄맛만 난다! 진짜 탄맛. 향이 없는 커피맛이 이런 건가. 그동안 내가 탄 음료를 마셨던 건가 싶기도 하고.후각이 돌아오면 내 다시 널 찾겠다다짐하며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도저히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코로나 걸린 걸 알게 된 동네 오랜 지인들. 음료와 쿠키를 살짝 문에 걸어 놓고 가고,부탁할 것 있으면 말해요 하는 지인들. 고마움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밖에 나가지 못하니 바닥 맨(방바닥에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남편도 이런저런 부탁에 몸을 일으켜 나간다. 마트도 가고 아이 학교도 다녀오고. 고맙지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