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은 시골이다. 어머님께서는 고된 밭일을 하시면서도 꽃씨 뿌리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힘들다가도 꽃을 보면 기운이 나신다고 한다. 밭 옆 언덕엔 베지 않은 풀들이 가득하다. 그 풀 사이에 꽃망울이 생긴 줄기 하나가 삐죽 자라 있다. 어머님은 여기까지 꽃씨를 뿌리신 모양이다. 꽃망울이 없었다면 풀인지 꽃인지 구분이 어려워 보였다.
밭에 거름을 주시던 아버님께서 소나무 밑에서 쉬고 계셨다. "아버님, 이 꽃요. 잘 모르는 사람은 풀인 줄 알고 베버릴 수도 있겠어요. 풀인지 꽃인지 구분이 어려운데요?"라고 말하니 "몇 해만 시골 살면 금방 구분해. 어려운 것도 아니여." 하신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밭일을 돕는 남편에게 말씀하신다.
"어여 와서 좀 쉬어~. 얕게 일하는 거여. 너무 무리해도 안되고 일하다 쉬고 일하다 쉬어야지 안 그러면 힘들어서 일못햐~."
아... 아버님의 말씀에 얕은 깨달음이 스친다.
그래서 내가 일하기도 전에 지쳤었나 보다.. 일이란 것에 너무 무게를 두지 말아야겠군.. 얕게 얕게
시간이 지나면 풀인지 꽃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 그 경험이 쌓여 삶이 되는 우리 인생을 몽우리 진 꽃을 보며 얕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