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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도 Apr 19. 2023

포기김치의 기포

쌓는다는 것

한 달 이상 동네 지인과 새벽 산행을 하고 있다.

같은 길을 반복하는 산행이지만 매일이 달랐다.  첫 산행은 3월 8일 새벽 4시. 겨울의 흔적만 남은 듯 견딜만한 싸늘한 온도와 아직은 깜깜한 하늘에 달빛이 환한 날이었다.

우린 랜턴을 준비할 생각은커녕  핸드폰 손전등조차 켤 생각도 않고 오롯이 달빛에 의지하며 산에 올랐다. 달빛이 이렇게 환하구나. 전기가 없었을 땐 달빛에 기대 길을 다녔겠지. 날였다면 호랑이를 만났을지도 몰라. 아낙 둘뿐인데 어쩌나. 이런저런 상상과 생각,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한걸음 씩 내디디니 어느덧 산 꼭대기.

우린 하늘 한가운데 자리한 달과 산 정상 정자를 보며 가뿐 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다 왔다.

다음 날은 안개가 자욱한 날이었는데 지인의 남편이 챙겨준 헤드랜턴 덕에 산길을 갈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비가 와 땅이 촉촉한 날이었다.  어디서 오셨나 한번 보지 못한 산 개구리들이 길  곳곳에 미동도 안 코 앉아있었다. 매일 뀌는 날씨, 하루가 다르게 하늘 자리를 옮기는 달, 나무들의 변화와 달리 한결같은 것이 있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시선이 머문, 돌들을 쌓아 올린 석탑이다.

석탑의 모양만은 변함이 없었다. 지구에 사람들이 살면서 바람에 대한 간절함은 깊이와 모양만 다를 뿐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하나로 내 눈에 담겼을지도.

누군가는 간절한 소원을 담아, 누군가는 재미와 호기심으로 크고 작은 돌들을 쌓아 올렸을 석탑을 보며,

산행을 시작해 한 발씩 내디딘 걸음마다 돌 하나가 놓이고 그것들은 날이 지날수록 믿음과 신뢰가 되어 내 맘에 쌓이고 있지 않을까 가슴 한편에서 야문 무언가가 올라온다.

집에 있던 사과와 토마토를 쌓으며...


포기김치의 기포 같은 생각들을 끄적여본다.

뽀글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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