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숨은 낭만을 찾기 위한 일

스스로 던져보는 질문 500가지에 답 해보는 시간

by 숨낭

얼마 전, 가까운 사이의 한 친구로부터 귀엽고 참신한 제안 하나를 받았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에게 500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은 글쓰기로 풀어낸 뒤 서로에게 공유하는 일'이었다. 한동안 글 다운 글쓰기에 목말라있던 나에게는 아주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제안을 하기 전, 이미 두 명의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모임이 꾸려져 있는 상태였고 나는 그 귀엽고 참신한 모임에 발만 들이면 되는 상황이었다. 거절할 겨를도 없이 곧장 수락해버리고는 모임에 합류하게 되었다.



5년 전 즈음, 이와 비슷한 형태의 온라인 글쓰기모임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으신 분이라면 모두 환영합니다!'라는 한 문장에 끌려 신청하게 되었는데 진행 방식은 이러했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단 한 명. 그 한 명으로부터 받은 가상의 한 가지 주제를 매주 글쓰기로 답을 해야 하고, 질문자는 쓴 글을 모두 취합해 팟캐스트로 송출하는 방식이었다. 그것에 멈추지 않고 질문자는 한 분기가 끝나는 시점에 제법 두툼하게 쌓인 글들을 한 데 엮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책으로 완성시킨다. 그리곤 내 손안에 책이라는 물성이 만져졌을 때 비로소 그 모임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는 방식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매주 고심하며 질문을 던져주시던 그분은 오로지 꾸준하게 글을 쓰게 만들어 주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타인을 위해 본인의 영혼을 갈아 넣은 것이다. 아니, 시간을 희생시켰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손바닥만 한 책 위에 흰뿌연 먼지가 내려앉을 때까지 빚진 것 같은 마음이 내내 이어지다가 두 계절이 지난 뒤 오프라인 자리에서 질문자와 만나 뵐 수 있는 계기가 생겨 감사 인사를 표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모임의 한 챕터가 끝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생각해왔다.

계속해서 기록을 해나가는 꾸준함 그리고 글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질문자의 한 몫 덕분이라고. 인생의 본보기가 되어줄 사람이 그 당시에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앞으로 참여하게 될 귀엽고 참신한 모임에서는 '나에 대해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500가지 질문에 모두 답하는 날이 온다면 어떤 변화가 생겨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져서 몸이 근질근질거린다. 뭐든 시작할 때는 서스럼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험은 남게 되는 법.


타인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진중하게 고민했던 20대가 지나가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깊이 파고들고 싶어 하는 30대인 지금의 내가 있다. 눈앞에 놓인 질문에 답을 하고, 삶을 찬찬히 톺아보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글을 통해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숨어있던 낭만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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