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사의 몫 Apr 03. 2020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와인 시리즈Ⅱ

Sideways에 등장하는 17가지 와인 알아보기

지난번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andreakimgu1k/20


사이드웨이(Sideways) 2004년 작


이 영화가 언급될 줄 대충 짐작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사실 이 영화의 존재를 안 지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와인 학교에 다닐 때 와인 상경 수업 중에, 나파 밸리의 관광객 수를 엄청나게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피노 누아 와인의 판매량까지 늘린 영화가 있다고 하면서 다들 이 영화 알죠? 하는데 거의 모두 손을 들더라고요? 저는 당시 제목도 못 들어본 영화였습니다. 그러곤 수업 중에 계속 이 영화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저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어서 바로 그날 영화를 찾아서 보았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려고 한 번 더 봤는데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앞서 다룬 '구름 속의 산책'이라는 영화에서 포도송이부터 포도를 키우고 수확하는 장면 들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와인을 마시는 걸 보여주죠. 주인공 마일즈가 곧 결혼할 친구 잭과 함께 로드 트립을 떠나면서,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장면 기억나시나요?

참 와인 테이스팅 하는 법이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andreakimgu1k/11


그럼 영화에 나오는 와인들을 순서대로 다뤄보도록 할게요.

가장 먼저, 음주운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입니다. 사실 유럽에서는 간단하게 한잔하는 것 정도는 크게 음주단속이 없기는 한데요, 보통 각자 알아서 조심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차 안에서 와인을 따고 바로 마시고 또 운전자에게 마시라고 권하는 것이...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저 시대에는 그랬던 걸까요? 영화니까 그러려니 했던 걸까요?

이 장면 볼 때만 해도 그냥 라벨만 구경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따서 마시죠. 그것도 칠링도 안 된 미지근한 상태의 스파클링 와인을...


 장면에 나오는 와인은 바이런(Byron) 1992 빈티지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영화 속에서 마일즈도 말하죠, 바이런에서는 더는 스파클링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제가 위에 말했던 수업의 교수님처럼 마셔본 사람들 말에 따르면, 샴페인과는 비교가  되지만 나름 우수한 품질의 피노 누아 스파클링이었다고 해요. 마일즈도 테이스팅 행사에서 마음먹고 구입한 와인이었죠.


다음 와인은, 마일즈의 어머니 생신이라서 꽃다발과 샴페인을 가지고 어머님 댁에 들르는 장면입니다.

저는  샴페인이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궁금했는데, 정보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병을  보여주지도 않고, 검색해도 나오는  없더라고요. 사실 그래서 화면 일시 정지를 여러  해보며,  시대에 나왔을 법한 빈티지 샴페인을 찾아보았습니다.  모양이 저렇게 생겨서, 처음에는 Ruinart라고 확신했었어요. Dom Ruinart 멀리서 보면 약간 저런 모양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어렵사리  영화의 원작이 되는 책을 구해서 살펴보니 원작에서는 마일즈의 어머니가 Veuve Clicquot 좋아하신다고 나와요. 그래서  Veuve Clicquot la Grande Dame인가 하고  봤는데 병모양도 라벨 디자인도 달랐습니다. 그렇게 정보 없이 검색만으로 올드 빈티지를 찾다가 제가 샴페인 투어를 갔을  Laurent Perrier 방문 테이스팅을 했던  떠올랐어요. 내부에 박물관이 있거든요. 거기서 예전 빈티지들을 보고 종류에 따라 병이 다를  있구나 했던  기억나서, Laurent Perrier 올드 빈티지를 검색했다가 ! 찾았습니다 후후.

Laurent Perrier에서 1990년대에 생산했던 Grand Siècle 라인입니다. 매그넘 사이즈 기준으로 옥션에서 약 468유로 정도 하네요. 이 Grand Siècle은 지금도 계속 생산하고 있는데 현재는 디자인이 훨씬 모던해졌어요. 다음과 같은 모습입니다.



다음 와인은 마일즈와 잭이 처음 와인을 테이스팅 하러 가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사진을 보실까요?

산타 바바라 카운티의 산타 로사에 있는 Sanford 와이너리죠. 와이너리 내의 테이스팅 룸에서 실제로 촬영을 하였고요. 긴 머리에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있는 직원은 실제로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합니다.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엄청난 사인 요청을 받으셨다고 해요. 영화에서는 여러 병의 와인이 나열된 걸 보여주지만 주인공들이 시음하는 와인은 Sanford Vin gris입니다. 위의 캡처본에 보시면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해 두었어요. Vin gris는 영어로 번역하자면 Grey wine인데, 로제 와인이랑은 달라요.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빛에 비춰서 잘 보면 은은하게 은빛이 도는 게 확연한 차이점이고, 레드와인을 만들 수 있는 가메나 피노 누아로 많이 만듭니다. 포도를 먼저 압착한 다음에 즙을 짜내고, 이 즙을 가지고 마치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것처럼 양조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양조 과정이 더 짧고, 병입 전 발효 시간도 매우 짧습니다. 발효는 보통 몇 시간 정도면 끝나는 편이에요. 그럼 주인공들이 마시는 와인을 살펴볼까요?

피노 누아로 만든 샌 포드의 뱅 그리입니다. 이건 2018년으로 최신 빈티지이고요.

영화 속 장면에서 언뜻 보이는 라벨은 아마도 위 사진 같은 디자인일 거예요.

저는 이 vin gris를 마셔보진 않았지만, 프랑스의 다른 와이너리에서 만든 vin gris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산뜻하고 가볍게 마시기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신선한 산딸기나 딸기향이 기분 좋으며, 아시아 음식하고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볶음면 요리와 먹어봤는데 궁합이 좋았어요.


다음 장면에는 제가 좋아하는 산드라 오 씨가 나옵니다.


Kalyra(칼라이라)라는 와이너리의 직원으로 나오죠. 여기서 주인공들은

샤도네이와,


카베르네 프랑 및

쉬라즈를 테이스팅 합니다. 마일즈는 번번이 와인이 별로이며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하는데, 스테파니(산드라 오가 맡은 역할)에게 반한 잭은 연신 맛있다고 하더니 두 상자나 사죠. 저는 칼라이라의 샤도네이와 쉬라즈를 마셔볼 기회가 있었는데, 대단히 감명 깊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굳이 고르자면 샤도네이가 더 맛있었습니다. 쉬라즈는 뭐랄까... 포도가 굉장히 잘 익었을 때 수확했다는 것 말고는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주인공들이 더블데이트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와인입니다. 마야가 마시는 것을 보고 맛을 보더니 마음에 든다고, 마일즈 본인도 시켜봐야겠다고 하는 Santa YnezSauvignon Blanc Honeysuckle이에요. 아쉽게도 병 사진을 구하지는 못했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라벨 이미지밖에 없네요. 소비뇽 블랑 품종을 가지고 현재는 다른 라인에 더 주력하는 것 같기도 하고, 허니서클 라인은 매우 소량 생산한다고 설명되어 있어요. 홈페이지에도 병 사진은 없네요. 참조 (http://www.fiddleheadcellars.com/)


식사에서 클로즈업해주는 레드 와인이죠.

Whitcraft winery의 2001년 산 피노 누아입니다. 1985년부터 가능한 수작업으로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는 와이너리고요, 피노 누아, 샤도네이 및 쉬라즈를 사용해 포도 품종의 순수한 맛을 그대로 뽑아내는 스타일이며, 단일 품종 와인을 생산합니다.  2001년 산을 지금 구하려면, 아마도 경매 사이트를 검색해봐야겠죠?


같은 자리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피노 누아입니다. Sea Smoke Botella인데, 이 와이너리의 엔트리 레벨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Sea SmokeKris Curran 2007년 올해의 와인 메이커 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데요, 현재 홈페이지를 참조해보면 Botella 라인은 이제 생산하지 않는 듯합니다. 같은 피노 누아 품종으로 Southing만 선보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마셔볼 기회가 있었는데,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 중 제 입맛에는 가장 으뜸이었습니다. 다른 라인도 마셔보고 싶어요.



세 번째로 서빙되는 피노 누아는 정말 캡처하기 힘들었어요. 이미지가 너무 흐려도 양해 부탁드릴게요. 굉장히 잠깐 보여주고 지나가는 KistlerPinot Noir입니다.

앞의 두 피노 누아 와인들이 사실 주인공들이 있는 곳 근처의 와인을 골랐다고 하면, 키슬러의 이 와인은 사실 센트럴 코스트에서 만들어져요. 서늘한 기후인 것은 똑같고요. 저는 이 와인을 마셔보지는 못했으나, 비비노(Vivino) 사이트를 참조해보면 평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나오는 와인입니다.

Dominique Laurent의 포마르 프리미어 크루 레 샤르모입니다. 품종은 역시 피노 누아고요.

라벨 디자인으로 미루어볼 때 2000년 이전 것으로 보여요. 2001년 빈티지부터는 라벨에 올드 빈이라는 뜻의 Vielles vignes이라는 문구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마신 와인은 아니지만, 스테파니의 셀러에 있는 와인이죠. 로마네 콩띠의 리쉬부르!


그리고 마침내 마시기로 한 와인! 앤드류 머레이의 쉬라즈입니다.

이 와인을 마시며 마일즈는 왜 본인이 피노 누아를 좋아하는지 이야기하고, 마야는 왜 본인이 와인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와인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마음에 드는 scene이었어요.


그리고, 혼자 남은 마일즈가 성인 잡지를 보면서 마시는 이 와인은, 산타 바바라에 위치한 Margerum Wine Company MWC 피노 누아입니다.


하지만 2005년부터 이 라인은 다음과 같이 PNO Pinot noir로 바뀌어서 출시되어요. 아래 라벨 참조.



그리고 마일즈와 잭이 저녁 식사 후 바에서 와인을 마실 때, 퇴근한 마야가 들러 주문하는 와인이자, 호텔에 혼자 있다가 마야가 보고 싶어 마일즈가 찾아간 바에서 시키는 와인이죠. Hitching Post Highliner Pinot Noir입니다.

영화가 촬영된 시점을 고려하면,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마시는 와인은 2000년 초반이 아닐까 했는데, 찾아보니 2001년 빈티지로 나오네요.

병 사진은 없고, 이렇게 라벨 이미지가 있는데 최근 빈티지와 비교하면 디자인이 조금 달라졌죠?


마일즈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잭이 데리고 온 Frass Canyon 와이너리입니다.


와인 애호가들보다는 시음하러 온 관광객이 많은 것 같은 분위기죠?


와이너리 직원이 시음용으로 매우 조금만 따라주자, 마일즈가 돈을  테니 가득 부어달라고 고집을 부립니다. 여기는 바가 아니니 그럴 거면   사서 나가서 마시라고 직원이 대꾸하자,


마일즈가 병을 뺏어서 자기 잔에 가득 따라 버리죠. 근데 직원이 잔을 쥐지 못하게 하자, 아래 사진을 보시죠.

사람들이 샘플링하고 뱉은 와인을 모아두는 스피툰을 입에 털어 넣는 장면... 윽...


아무튼 여기서 등장하는 와인입니다.

물론 마일즈가 좋아하는 피노 누아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마일즈가 테이스팅하고 더 따라 달라고 떼쓰는 와인이죠. Frass Canyon의 쉬라즈입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장면!!!

좋은 일이 있으면 마시겠다고 오래 갖고 있던, 로드 트립에서도 챙겨 갔던 그 와인이죠. (아마 출간이 확정되면 따려고 했던 거 같아요) 아무튼 이 와인을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먹던 콜라 잔에다가 이렇게 따라서,


마셔버립니다. 1961년 샤토 슈발 블랑 생떼밀리옹(Château Cheval Blanc St-Emilion)이죠. 영화 내내 메를로라면 치를 떠는 마일즈에게 반전이었을까요. 좋은 일을 학수고대하며 마시려고 기다리던 이 와인은 사실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이 블렌딩 된 것입니다. 아마 마일즈는 단일 품종 메를로를 싫어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샤토 슈발 블랑 생떼밀리옹 1961 빈티지 정말 와인 애호가라면 눈독 들일만  와인이죠. 1961년은 굉장히 독특한 해였습니다. 당시 5 29일에 정말 기록적인 서리가 내려서, 헥타르  11헥토리터 정도만을 남겨두고 포도나무가 모두 상해버렸죠. ( 지역의 생산량은 보통 헥타르  33~34헥토리터 정도입니다) 5 말에 서리가 오면, 포도나무에 이미 꽃이   상태기 때문에 정말 손해가 많은 겁니다. 그런데 경이롭게도,  이후에 따뜻한 여름 날씨 덕분에 살아남아 있는 포도가 정말 완벽하게 익어버려서, 탄닌의 품질도 남다르고 포도즙이 정말 실하게   있는 빈티지 되었습니다. 자연의 힘이란 경이롭지요? 그래서  160개의 오크통 정도를 채울  있는 소량을 생산했는데, 당시로써는 정말 이례적으로 와인 메이커가  오크통만을 사용해 발효시킵니다. 그래서 더욱더 리미티드 빈티지가 되었어요. 가격이 짐작되시나요? 제가 구글링해  결과 현재 경매사이트에서   2400유로 정도에 거래되는  같아요. 슈발 블랑의 1947 빈티지는 경매에서 223,967 유로에 팔린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스탠더드  사이즈는 아니고 6리터짜리 임페리얼 사이즈였어요.


이야기를 끝맺기 전에, 사실 이 영화에서 마일즈의 인생 와인으로 쓰려던 건 Château Petrus Pomerol이었다고 합니다. 이 와인도 엄청 고급이고 희귀한 와인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품종도 메를로인데요, 사실 사용허가를 받지 못해서 샤토 슈발 블랑의 와인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한 번 보실까요?


1770년 이후 와인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Arnaud 가에서 만드는 Château Petrus Pomerol입니다. 가격은 샤토 슈발 블랑보다도 더 비싸고요. 아마 영화에서처럼 1961 빈티지 기준으로 보면 경매 사이트에서 뜨는 가격이 15,336 유로에 육박하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