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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몫 Apr 17. 2020

왜 오크통을 사용할까요?

와인 숙성의 핵심, 오크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와인을 이야기할 때 오크통 숙성이라는 문구를 자주 보게 되죠. 이 오크통은 왜 쓰는 걸까요?

아주 초창기에는, 와인을 숙성하고 심지어 이동할 때도 암포라를 사용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목재는 아무래도 오래 보관하다 보면 부패의 우려가 있고, 지금처럼 첨단 시설로 온도조절을 하기가 힘든 상황에서는 위 사진처럼 땅에 묻어서 자연 상태 그대로의 온도로 보관했는데요. 암포라는  염려가 없는 것이 가장  장점이었지만 아무래도 운송을  일이 잦아지면서 가볍고 깨질 위험이 덜한 나무 소재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량이나 이동 중에 마실 경우에는 가죽 부대 사용하기도 으나, 대용량을 운반하기에는 가죽 소재로는 무리였지요. 메소포타미아 시대 때는 야자나무 사용했다고 합니다. 야자나무로 본체를 만들고 야자나무 줄기를 짓이겨 밧줄처럼 꼬아서 본체를 감쌌지요. 아래 사진이 가장 유사한 모습일  같네요. (사진출처: https://www.cdiscount.com/maison/decoration-accessoires/sticker-mural-tonneau-dimensions-50x70cm/f-117634905-auc3663439005960.html)

야자수는 메소포티미아 지방에서 특히 울창하게 자랐으며, 생명의 나무로 불릴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쓰임이 많았어요. 하지만 딱딱하고 잘 휘지 않아서 살짝 아치형으로 모양을 잡아야 하는 통으로는 만들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여러 종류의 나무로도 시도를 하다가, 로마 시대 때부터 참나무(오크)를 사용하게 됩니다. 와인 양조업자들은 오크통이 와인의 맛, 색깔 그리고 향에 기여한다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각종 아로마를 더해줄 뿐 아니라, 오크통 숙성 시 레드와인에 있는 안토시안이라는 폴리페놀의 구조를 더 탄탄하게 해 색상을 더 오래 유지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참나무 자체에 있는 탄닌이 와인에 배어 들어가 와인의 바디감을 높여줍니다.


 그럼 오크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실까요? (저는 2019 12월에 Damy라고 하는 프랑스 오크통 제조 기업의 투어를 다녀왔으며, 모든 사진, 동영상 촬영  게재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진들은 저와 Damy 측에 저작권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크통은 공산품처럼 진열된  중에서 하나 골라    있는  아니고, 처음부터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집니다. 만드는 과정을 보시면  그런지   되실 거예요. 그리고 최소 1개부터 주문할  으며, 와인 메이커가 원하는 주문 사항을 상세하게  반영 가능합니다. 본인의 와인을 숙성할  어떤 오크통을 사용하고 싶은지는 이미 와인 메이커 머릿속에 정해져 있을 테니까요.


먼저 오크통 제작하는 곳에 가보면, 아래 사진처럼 참나무 조각들이 쌓여 있습니다.

갓 자른 참나무로 바로 작업을 하면, 나무가 마르면서 오크통의 형태가 변형됩니다. 참나무를 잘라와서 원하는 크기로 자른 후, 저렇게 밖에 두어 평균 2년 정도 말리면 나무가 적당히 말라서 작업하기 좋은 상태가 되어요.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구역별로 프랑스 참나무 및 다른 나라의 참나무들이 쌓여 있습니다. 사소한 차이점을 들자면, 프랑스 참나무의 경우 수분이 적고 밀도가 높아 더 촘촘하고 단단하므로, 최대 10개월에서 1년 정도 밖에서 건조합니다. 하지만 미국 참나무의 경우는 최소 2년 정도 건조해야 수분이 잘 빠진다고 해요. 기타 동유럽 참나무는 프랑스와 미국 참나무의 중간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건조된 참나무들은 오크통을 구성할 수 있는 크기로 가늘게 자른 후 위의 사진처럼 금속 링을 둘러 윗부분을 연결합니다. 왼쪽에 보시면 금속 링들이 쌓여 있죠? 녹슬고 페인트칠이 벗겨진 것으로 보이는 건 걱정하지 마세요. 오크통을 먼저 작업한 후 나중에 새 링으로 갈아 끼운답니다. :)


그리고 뚜껑 부분은 이렇게 만들지요. 프랑스에서 오크통을 만들 때는 참나무, 금속 링, 불 이외에는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무 조각들이 맞물리도록 잘려져 있죠. 물론 지금은 기계로 정밀하게 자를 수 있어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가능하지만, 옛날에는 송진을 접착제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계에서 통을 돌려가며 금속 링을 끼웁니다. (위 동영상 참조) 내부에 토스팅을 하면서 나무가 자연스럽게 휘면 더 꼭 맞는 링이 필요하니까, 이미 끼워져 있던 임시 링을 빼고 더 꼭 맞게 조일 수 있는 링으로 바꿔 끼우게 되고, 이렇게 기계의 힘으로 내려서 정확한 위치를 맞춥니다. 예전에는 이 모든 작업을 망치질만으로 했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그런 다음, 내부를 불로 그을려 원하는 효과를 더해주죠. 이를 토스팅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오크통은 뚜껑은 토스팅을 하지 않아요, 반면 미국 오크통은 뚜껑도 같이 토스팅을 합니다.

이렇게 참나무를 토스팅해 주면, 와인의 아로마가 달라집니다. 토스팅 레벨은 오크통을 주문할 때부터 명시하게 되어 있는데, 토스팅 시간에 따라 와인에 입혀주는 아로마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보통 토스팅 레벨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뉩니다.


Léger : 나무 색깔이 살짝 변하는 정도로만 가볍게 토스팅하는 것으로, 캐러멜, 바닐라, 정향의 아로마를 더해줍니다.

Moyen : 갈색이 도는 정도까지 토스팅하는 것으로, 삼나무, 로스팅한 너트류, 바닐라 및 커피 아로마를 더해줍니다.

Fort : 짙은 갈색이 돌 때까지 토스팅하는 것으로, 커피 원두, 차콜, 생강, 너트맥 및 구운 빵 아로마를 더해줍니다.


그리고 강하게 토스팅 될수록 와인 색상은 옅어집니다. 주로 부르고뉴 레드를 만드는 와인 메이커들이 강한 토스팅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토스팅이 끝난 후, 뚜껑을 위아래로 씌워줍니다. 아래 동영상 참조.



그런 다음, 임시 링을 끼웠던 자국을 깨끗하게 지워줍니다. 아래 동영상 참조.



그리고 뚜껑 부분에 와이너리에서 주문한 인장 같은 걸 새겨주죠. 그런 다음 아래 사진처럼 깔끔하게 포장해서 배송 준비를 시작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오크통은 최소 주문량이 없으며, 하나부터 주문 가능합니다. 물론 배송비는 주문하는 측에서 부담하는 거지만, 오크통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배송업체에 맡기기 위해서 배송 업체 연락 및 진행 상황은 오크통 제작사에서 다 꼼꼼하게 관리하지요. 유럽의 경우에는 소규모로 가족들이나 친척들끼리 마실 정도의 와인을 취미로 만드는 사람도 꽤 있기 때문에, 소량으로 한 두 개의 오크통을 주문하는 경우도 아주 드물지만은 않다고 해요.


오크통을 사용한 지 보통 3년 차부터 오크통에서 전달되는 아로마 효과가 줄어드는데, 새 오크통과 만든 지 몇 년 된 오크통을 일부러 섞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와인의 바디감 자체가 약할 때 굳이 새 오크통을 사용할 필요는 없거든요. 그리고 단순히 "내가 만드는 와인에 오크 향을 굳이 강하게 내고 싶지 않다."라는 경우에도 이렇게 몇 년 된 오크통을 사용합니다. 위스키나 코냑 메이커들은 와인에 사용되었던 오크통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스키나 코냑에 더 풍부한 아로마를 더해준다네요. 와이너리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오크통을 대량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넘겨받아서, 위스키나 코냑 생산에 사용하는 거죠. 그리고 위스키 메이커가 사용한 지 몇 년이 지나면, 이를 잘 세척하고 가공해서 다른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기도 하죠. 반으로 잘라서 수영장 선베드 테이블로 쓰는 경우도 봤고요, 아니면 야외 테라스나 수제 맥주 전문점의 테이블로 쓰기도 합니다. 참나무의 생명주기가 이렇게 길다니 그래도 다행이죠?


오크통 1개의 가격은 참나무가 프랑스 산일 경우 650유로에서 800유로에 육박합니다. (사이즈나 참나무 품종에 따라 다름) 미국이나 기타 지역 참나무로 만든 경우 450유로 선이라고 해요. 와인 메이커에 따라서는 새로 갓 만든 오크통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크통에 지불하는 비용만 엄청나겠죠? 그래서 요즘은 뚜껑을 다시 열고 내부를 긁어내고 나서 새로 토스팅을 한 재활용 오크통을 사용하는 대안도 있습니다. 이를 프랑스어로는 바리끄 헤꽁디쇼네(barriques reconditionnées)라고 하는데요, 가격이 훨씬 합리적이라 이를 선호하는 와인 메이커도 있습니다. 처음, 이 방식이 나왔을 때는 오크통의 두께 자체가 얇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는데, 요즘은 품질 테스트까지 잘 거친 후 출시되기 때문에 염려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크통에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크 이나 파우더 사용하는 경우도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아무래도 와인을 만드는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기본적으로 프랑스 현지에서는 재활용 오크통을 사용하더라도 오크 칩이나 오크 파우더를 사용하는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2006년까지만 해도 오크  사용  EU  국가에서는 벌금을 물도록 하는 규정이 있을 정도였어요. 현재는 물론 없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포도주를 숙성해야 원하는 아로마를 입혀줄  있는 오크통 대신, 오크칩을 사용하게 되면 산화도 빨라지고 바닐라 아로마도  즉각적으로 가미해줄  습니다. 그리고 칩을 넣은  5~6 이내면 바로 효과 나타나지요.


끝으로, 와인 메이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숙성시키는 포도 품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화이트의 경우에는 포도 품종 자체의 아로마 해치지 않고 상큼함을 간직  있어서, 레드의 경우에는 탄닌이 상대적으로 적은 품종일 때나 과실 향을 강조하기 위해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숙성을 해요.


화이트: 소비뇽 블랑, 리슬링, 피노 그리, 알바리뇨, 샤도네이 (어느 기후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다름)

레드: 가메, 그르나슈, 까베르네 프랑


그리고 만들어진 와인의 바디감 자체가 약할 경우에는 굳이 오크통 숙성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와인의 구조는 약한데 오크 향만 쓸데없이 강해지겠죠? 와인 심사를 하러 가보면 가끔 이런 와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오크통 숙성이 최고인 것만은 아니고, 와인의 스타일에 맞는 걸 사용하는 게 맞겠죠?


촬영 협조 및 인터뷰: D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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