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단어
떼루아르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포도밭을 구성하는 모든 자연적인 요소를 말해요. 토질, 밭의 위치, 해발 높이, 경사도, 일조량, 온도 및 강수량 등의 기후 조건이 모두 어우러져 와인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준이 됩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흙입니다. 포도나무는 다른 과실과는 다르게, 너무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면 나무의 성장만 촉진해 포도송이에 골고루 영양이 가지 않습니다. 와인을 만들 포도는 척박한 땅에서 재배되는 것이 가장 좋은 조건이죠. 포도나무 뿌리는 어릴 때는 2~3m, 자랄수록 최대 10m까지 뻗어 나가기 때문에 토양 더 깊은 곳에서부터 영양분을 흡수해야 미네랄 및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포도송이를 맺을 수 있습니다. 와인 메이커가 포도 품종을 바꾸거나 밭에 새로운 포도나무를 심을 때, 와이너리 측에서 포도나무 묘목 회사에 연락해서 어떤 품종을 어떤 땅에 심고 싶다고 설명하면 묘목 생산 회사에서 토양 성분 테스트를 하러 와이너리를 방문하게 됩니다. 이때 땅에 작은 구멍을 뚫은 후 최대 지하 2.5미터가량까지 흙 샘플을 채취해 연구소에서 성분을 분석하고, 와인 메이커가 원하는 품종이 자랄 수 있는 땅인지 알아봅니다. 다른 품종이 더 잘 자랄 수 있는 땅일 경우 토질에 맞는 품종 제안도 해 주죠.
그래서 토양을 구성하는 성분도 중요합니다. 자갈이 덮여 있는지 토양 밀도가 높은지, 바람이 잘 통하고 물기가 잘 빠지는지 등에 뿌리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에요. 자갈이 많이 섞여 있는 토양일 경우 자갈과 흙 사이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틈을 이용해 포도나무가 뿌리를 더 깊게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보르도 지역이라도 자갈 토양, 진흙이 섞인 석회 토양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며 같은 품종이라도 맛이 달라져요. 그 외에도 편암이나 화강암, 이회암, 초크 (분필 같은) 등을 포함하는 토양들은 제각기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어 와인에 개성을 더해줍니다.
떼루아르는 프랑스 와인 메이커들의 자부심이기도 한데요, 특히 와인 생산 역사가 짧아서 아무래도 양조기술로 차별화하는 신세계 와인들과 비교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프랑스만의 헤리티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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