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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몫 May 27. 2020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포도밭에서 와인 잔까지


포도 열매가 어떻게 와인으로 탈바꿈하는지 그 과정을 같이 알아볼까요?


먼저, 건강하게  자란 포도 있어야 합니다. 맛있는 와인의 가장 기본은 포도 상태입니다. 와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포도 수확량을 조절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나무  그루가 섭취하 영양이 최소한의 송이에만 나뉘도록 나무당 맺히는 포도송이의 수를 조절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포도송이가 적게 맺히는 나무에서  포도의 품질이 반드시 높은 것만은 아니에요. 물론 10송이에  영양이 5송이에만 간다면 영양소가  많은 포도송이가 되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절반으로 줄이는 숫자만큼 대비해서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포도나무의 연령이 오래된 경우에는 그럴  있어요. 포도나무의 연령이 올라갈수록 나무가  땅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빨아들이는데, 연령대가  있는 포도나무는  어린 포도나무에 비해서 포도송이를 많이 맺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깊은 땅속에서부터 끌어올린  좋은 영양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포도송이에 나뉘므로, 송이 하나에 담긴 영양 성분이 자연스레  많은 편이에요.



기계를 쓰지 않고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트랙터에 옮기는 과정


다음은 수확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포도가 잘 익었을 때 수확하지만, 기후 조건, 생산 지역, 와인 숙성 정도 및 와인 메이커가 만들려는 와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수확은 기계를 사용하거나 수작업으로 진행되는데, 특정 아뻴라시옹의 경우에는 수작업으로만 하도록 명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ex: 샤토너프 뒤 빠쁘) 보통은 와인 메이커의 철학이나 소관에 따라 결정됩니다. 아무래도 기계로 하는 수확의 속도가 가장 빠르고, 수작업으로 하는 수확의 경우에는 이파리도 같이 수확한다거나, 포도알만 수확하는 등 조금 더 세심하게 품종별로 차이점을 둘 수 있겠죠.


포도 파쇄(crushing)

'으스러뜨리기'라는 한국어 표현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수확한 포도는 다시 검수 테이블에 옮겨져서, 포도 품질 검수를 마친 후 파쇄 과정을 시작해요. 옛날에는 사람들이 직접 포도를 발로 밟아서 포도 과즙을 얻어냈는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와인 이야기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은 큰 틀에서 보면 양조 과정이 비슷하나, 가장 큰 차이점은 포도 껍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레드 와인은 포도 껍질과 함께 파쇄하고 발효시키는 반면, 화이트 와인은 발효 이전에 포도알을 껍질로부터 분리하죠. 레드 와인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은 포도 껍질에서 나오기 때문에, 포도 껍질에서 나오는 색깔, 맛 그리고 복합적인 텍스처가 포도액에 우러나오도록 한 다음 알코올 발효를 진행합니다.



  

영화 구름 속의 산책의 한 장면

이 파쇄 과정을 요즘은 기계로 하므로, 와인에 쓰지 않을 포도 줄기, 이파리나 포도알을 제외한 송이 부분을 더 수월하게 걸러낼 수 있습니다. (와인에 따라서 이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액체 부분(포도즙)과 고체 부분을 분리하여 액체만 사용하거나, 분리하지 않은 상태로 실내온도나 저온에서 최대 48시간까지 보관하기도 합니다. 그런 다음 다른 탱크로 옮겨져요.



알코올 발효

이 과정이야말로 와인 양조 과정의 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쇄 과정을 거친 포도의 당분이 효모를 만나 알코올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각종 아로마가 피어나죠. 이 이산화탄소 때문에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나며, 액체의 색깔은 탁하게 변합니다. 와인을 더 맛있게 만들어줄 박테리아도 이때 생성되며, 와인 메이커의 노하우도 이 과정에서 가장 빛나게 됩니다.


이산화탄소로 인해 보글보글 거품이 나고 있는 모습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포도 껍질 등 고체 부분이 포도액 위로 고여 둥둥 떠 있게 되는데, 이렇게 덩어리진 부분을 cap이라고 합니다. 알코올 발효 중에는 이 덩어리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아래로 눌러주어 포도액과 잘 섞어주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온도 조절을 해주지 않으면 최대 37.4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는데, 레드 와인의 최적 발효 온도는 28도에서 최대 33도이므로 늘 온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합니다.


보통 이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눌러주거나(pigeage), 포도액을 밑으로 빼서 덩어리 위로 바로 올려주거나(remontage), 포도액을 아예 다른 큐브로 다 덜어냈다가 다시 덩어리 위로 부으며 섞어주는(delestage)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 덩어리를 얼마나 세게 압착할 것인지 역시 와인 메이커가 결정합니다. 너무 세게 누르면 탄닌이 강한 와인이 만들어지고, 너무 살짝 눌러주면 와인의 색깔과 텍스처가 약해지기 때문에, 밸런스가 적당해질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해줍니다. 와이너리에 따라서는 이 작업을 할 때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아직도 수작업으로 하는 곳도 있어요.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눌러주는 피쟈쥬 작업



젖산 발효

젖산 발효는 알코올 발효 후에 이루어지는데, 포도액 속의 사과산이 젖산균 덕분에 젖산으로 바뀌는 과정을 말합니다. 마치 우유를 발효 시켜 요구르트를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알코올 발효와는 달리 모든 와인 메이커들이 선호하는 과정도 아니며 필수로 진행하지도 않습니다. 최종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젖산 발효가 필요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거든요. 젖산 발효를 하게 되면 와인의 산도가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맛이 부드러워져서 마시기 조금 더 편해집니다. 그래서 산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는 반드시 젖산 발효를 해서 밸런스를 맞춰주는데요. 아무래도 날씨가 더울수록 당도가 높고 산도가 낮으며, 날씨가 추운 곳에서는 당도가 낮고 산도가 높겠죠. 산도, 당도 및 알코올 농도 사이의 완벽한 밸런스가 와인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양조 과정 중 와인을 수없이 맛보며 적당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와인 메이커의 역할이죠.



통 옮기기(Racking)

이 과정은 말 그대로 와인을 한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옮겨주는 것입니다. 탱크나 오크통에서 다른 탱크나 오크통으로 옮겨주는 과정인데, 여러 가지 목적이 있어요.


먼저 알코올 발효가 끝났을 때,  탱크 속에 가라앉아 있는 포도 껍질, 씨앗, 죽은 효모 세포 등의 고체로부터 와인을 분리하기 위해 다른 통으로 옮겨주는 경우입니다. 이때 보통 한 탱크에서 다른 탱크로, 혹은 탱크에서 오크통으로 옮겨집니다. 레드 와인은 숙성 중에도 여러 번 통을 옮겨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와인 메이커의 성향과 포도 품종에 따라 다릅니다.


때로는 와인을 더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 젖산 발효가 끝난 후에 통을 옮겨주기도 합니다. 이때 오크통 내부를 청소하고 같은 오크통에 다시 와인을 넣어주죠.


이렇게 통을 옮기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반드시 몇 번 해야 한다는 등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포도 품종과 떼루아르의 복합적인 성향까지 다 고려해서 와인 메이커가 결정하게 되어요.


와인 양조 중에는 자연스레 앙금/찌꺼기가 생기는데, 이중 상대적으로 고운 포도 앙금/찌꺼기(fine lees)는 종종 와인과 함께 펌프질해서 효모의 좋은 성분이 와인 액체에 다시 잘 뒤섞이도록 해줍니다. 와인이 더 풍부하고 복합적인 맛을 내도록 하는 과정이지요. 딱딱하고 거친 앙금은 와인에 오래 남아 있으면 썩은 달걀이나 양파 및 양배추 냄새가 풍기므로 따로 걸러내 주는데, 유기농 와인의 경우에는 이를 따로 모아서 화장품이나 스파용품 등에 재활용하기도 해요.



에이징(Ageing)

에이징은 와인을 병입 전까지 잘 보관해서 상태를 개선하기 위함입니다. 와인을 바로 병입할 것인지 조금 더 오크통에서 숙성시킬 것인지는 와인 메이커의 노하우와 경험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포도 품종, 떼루아르 및 주요 소비자의 입맛을 모두 고려해 완벽한 밸런스를 갖추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비로소 숙성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때 와인에 남아 있는 고운 앙금이 산도를 맞춰주고 쓴맛을 잡아 전체적인 와인의 맛을 끌어올려 주지요.

숙성 중인 와인


에이징이 끝나면 원하는 비율에 맞게 블렌딩을 진행합니다. 와인 메이커에 따라서는 수확 후 파쇄할 때 블렌딩을 미리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다음, 맑고 깨끗한 와인을 빚어내기 위해 달걀흰자, 우유의 카제인, 젤라틴, 물고기의 부레 등 단백질 성분을 큐브에 넣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콜라쥬 과정을 거칩니다.


병입(Bottling)

콜라쥬가 끝나면, 필터링하고 최종 패키징에 들어갑니다. 와인이 숨 쉴 수 있도록 천연 코르크를 쓸 것인지, 코르크가 상하는 일이 없도록 플라스틱 코르크를 쓸 것인지, 신선한 아로마를 잘 간직하기 위해 스크루 캡슐을 사용할 것인가를 정한 후 병입을 진행합니다. 드디어 지난한 양조 과정이 빛을 보는 순간이지요.



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을 이미지로 한눈에 보기 좋게 요약된 것이 있어서 첨부합니다. (출처: Wine Enthusiast Magazine)



레퍼런스:

https://www.winemag.com/

http://www.burntbridgecellars.com/wine-blog/2016/4/13/ask-the-winemaker-what-is-racking

https://slideplayer.fr/slide/1302947/

https://dico-du-vin.com/pigeageremontagedelestage-techniques-dextraction-du-rai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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