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사의 몫 Jun 02. 2020

포도나무의 사계절

One year on the life of a grapevine

포도나무의 사계절을 알아볼까요?


먼저 겨울입니다. 12월, 1월 및 2월 총 3개월 정도를 겨울로 보는데 이때는 포도나무가 잠을 자는 시기예요. 열매는커녕 이파리도 없는 이때 와이너리에서는 가지, 눈 같은 식물의 일부를 선별하여 제거해주는 가지치기를 합니다. 나중에 꼭 필요한 포도송이만 맺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지요. 숙련된 chef de culture(포도밭을 담당하는 책임자)의 결정에 따라, 어떤 순을 잘라내고 어떤 순을 남겨둘 건지를 정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흔히들 와인을 제대로 알려면 포도가 자라나는 사계절을 모두 봐야 한다고도 합니다.


 

가지치기하는 모습


3월

포도나무 묘목을 심는 시기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땅이 조금 부드러워지고 날씨도 따뜻해지기 시작해서 묘목을 심기 딱 좋은 시기이죠. 4월이나 5월에 심는 경우도 있고, 보르도 지역은 6월 이후에 심기도 하는 등 각 와이너리의 상황에 따라서 몹시 더워지기 전까지는 묘목을 심을 수 있기는 합니다만, 보통 3월을 가장 이상적인 시기로 봐요. 또 포도나무 덩굴이 아무 방향으로나 뻗어 나가지 않도록 전체적인 틀을 잘 잡아주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4월

꽃이 피는 시기입니다. 포도나무가 마침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이파리를 틔우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죠. 또한 이때 싹과 순을 잘 관리해서 잘 자라날 수 있도록 확인해주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이때는 겨울이 완전히 끝나긴 했지만, 가끔 기후가 갑자기 추워지고 마지막 서리가 내리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해주어야 해요.

4월의 포도나무 사진입니다. 달팽이가 붙어 있는 게 귀여워서 찍었어요.


5월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에 반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음으로 꼼꼼하게 관리해주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유기농 와인 생산자일수록 5월이 정말 중요한데요, 화학성분이 담기지 않은 제품을 이용해 포도나무가 각종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해주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5월의 포도나무 사진입니다. 포도알로 자라나기 전의 포도송이죠.


6월

포도 시렁 작업 하는 시기입니다. 포도나무는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덩굴류 식물이라서, 가만히 두면 덩굴손이 계속 뻗어 나가요.  자라날 포도송이들이 충분한 햇빛을 받을  있도록 포도송이의 방향을  잡아주는 작업(trellising system) 필요합니다.



7월

병충해 방지 작업을 하는 시기입니다. 와이너리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서 6월 말이 되기도 하고 7월이 되기도 하는데, 늦여름에 특히 많이 꼬이는 병충해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포도송이가 벌레에 먹히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포도밭 주변에 벌레를 유혹할 수 있는 제품을 써서 포도나무 자체에는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해주는 작업인데요. 유기농 와인 생산자의 경우 철저하게 자연 요법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수확될 준비가 된 청포도들

8월

포도나무가 포도송이를 맺는 시기입니다. 아직 크지는 않지만 작고 단단한 초록색 송이가 영글기 시작해서, 적포도의 경우 점점 짙은 붉은색을 거쳐 검은색으로 변해갑니다. 와이너리에서는 건강하고 잘 익은 송이만 사용할 수 있도록 수작업으로 골라내 주며, 화이트 와인을 만들 청포도는 8월 마지막 주에 수확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작업으로 수확 중인 청포도. 루산느였던 거 같아요.


9월 & 10월

포도 수확 시기입니다. 가장 우수한 상태의 포도만 골라 와이너리로 옮겨집니다. 와이너리의 위치나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으레 화이트 와인을 만들 포도를 먼저 수확하고 점점 레드 와인용 포도 수확을 시작합니다. 쥐라 와인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10월 말에서 11월에 수확해요.


수확할 시기가 된 그르나슈 누아.  River Rocks에 덮여 있는 샤토 너프 뒤 빠쁘 떼루아르입니다.



10월 & 11월

수확한 포도의 줄기나 잎 등을 제거한 다음 파쇄하여 즙을 만듭니다. 이때 산화되지 않도록 이산화황이 사용되죠. 이렇게 얻어진 포도액은 오크통이나 다른 탱크로 옮겨져 발효를 시작합니다.

포도가 파쇄되는 모습


12월

포도나무들도, 와인 메이커들도 비교적 한숨 돌리고 쉬는 입니다. 가끔 겨울에 눈이 오고 추워지는  나무에 좋지 않은  아닌가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겨울의 적당한 추위는 오히려  가지 장점이 있어요. 포도나무는 날씨가 추운 것을 인식하고 아직 싹을 틔우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싹이 너무 일찍  버리면  서리에 싹이  상해버릴 테니 전혀 좋을 수가 없죠. 또한 겨울의 적당한 추위는 포도나무를 병충해로부터 지켜주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해충들도 단단한 번데기 안에 몸을 숨기고 죽은 듯이 버티고 있을 뿐이니 포도나무를 괴롭힐 수가 없죠. 하지만  온도가 너무 내려가 버리는   포도나무에 좋지 않습니다. 영하 15 아래로 떨어지면 포도나무 가지가 상해 버려 나중에 뻗어 나갈 수가 없지요. 이렇게 되면 수확 철에   있는 포도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답니다. 그래서 포도나무는 너무 추운 곳에서키우기 힘들지요.

겨울을 맞은 포도나무들



레퍼런스

http://lesgrappes.leparisien.fr/calendrier-vignerons-vignes-chai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