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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몫 Nov 17. 2020

프랑스의 음주단속

개인용 음주측정기 사용하는 법

음주운전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원인 중 1위이며, 사망자 수로도 1위입니다. 사망 원인 2위가 과속이라고 하는데 사실 음주로 인한 과속인 경우도 많습니다. 술을 마신 후 운전을 하게 되면 주의력이나 반사신경이 현저하게 떨어지죠.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과하게 반응을 하는가 하면, 행동이 조급해져 신호를 무시하기도 하고 핸들과 브레이크를 난폭하게 사용하게 되어서 매우 위험합니다. 여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음주운전 단속을 하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길 경우 운전을 해서는 안 되며 벌금과 벌점을 받게 됩니다. 단속이 한국만큼 잦지는 않더라도, 단속에 걸렸을 경우 속도위반 2회만으로도 징역 3개월을 살게 되는 곳이 프랑스입니다. 와이너리에 소속되어 와인 컨설턴트로 일하던 시절, 시음하는 손님들 중 좀 과음하신 것 같은 분들을 위해 휴대용 음주 측정기를 비치해 놓던 걸 보고 놀랐었는데요. 점심식사에도 가볍게 술을 곁들이는 것이 흔한 이 나라에서 음주단속은 어떻게 하는지, 단속법은 어떤지, 그리고 음주 측정기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뤄보도록 할게요.


가장 먼저 관광으로 오시는 분들이 안심하실 법한 소식. 프랑스 버스 운전기사들은 시동을 걸기 전에 음주측정부터 해야 합니다. 2015년 9월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시외를 오가는 관광버스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어요.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아이들이 탄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에게만 의무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운전기사가 이 측정기를 불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리터 당 0,01% 이상이면, 버스의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혹시나 테스트에 오류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약 1분 뒤에 다시 측정기를 불 수 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측정에서도 알코올 농도가 높다고 나오면, 버스는 추후 30분간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 때는 버스 회사에 연락하여 다른 기사가 대신 운전대를 잡도록 하죠. 이 시스템은 éthylotests anti-démarrage(EAD)라고 하는데,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개인운전자의 차량에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버스와 달리 개인차량의 경우에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5%까지 운전이 허용됩니다.


그럼 벌금을 알아볼까요?

혈중 알코올 농도 리터 당 0.2g 일 때

-수습 면허기간: (추가 설명: 프랑스에서는 면허를 갓 취득한 시점부터 2년 동안을 수습 면허기간으로 간주하고, 포인트 6점을 줍니다. 이 포인트는 도로 규칙을 위반했을 때 벌금을 내는 동시에 같이 감점이 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그 사이 별다른 사고나 다른 위반사항이 없을 경우) 차감된 포인트는 복구됩니다. 2년 동안 별다른 위반사항 없이 운전을 하게 되면 추가로 포인트 6점을 더 받아 12점이 됩니다. 하지만 수습기간 중 포인트를 모두 깎이게 되면 면허 이론 수업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이 수습 면허기간 중 음주운전에 적발되면, 포인트 6점이 모두 깎이고, 135유로의 범칙금을 징수합니다. 수습기간 2년 중 첫 해에 적발될 경우, 면허 시험 자체를 다시 응시해야 합니다.


-정식면허: 총 포인트 12점 중 6점 감점, 135유로의 범칙금


혈중 알코올 농도 리터 당 0.5g에서 0.8g 사이일 때

포인트 6점 감점, 범칙금 135유로는 위와 같으나, 적발 시 차량을 압수하고 면허는 3년 동안 정지가 됩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리터 당 0.8g 이상 일 때

준범죄로 간주합니다. 포인트 6점 감점은 동일하고, 4500유로의 범칙금을 징수합니다. 차량이 압수되고, 추후 3 동안 면허 재취득이 불가합니다.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 하에 운전면허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와 운전자의 심신 상태에 따라 2년의 징역을 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후에 면허를 재취득하여 운전을 하는 경우에도 차량에 음주측정 시스템(시동을 걸기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 필수로 설치해야 하고, 5년 동안 같은 문제로 적발되지 않았을 때라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설치하는 비용 역시 본인이 지불해야 하는데, 보통 천 유로에서 2천 유로 정도라고 합니다. 이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징역 2년형  4500유로의 벌금이 추가로 부과됩니다.


이렇게 법이 엄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단속이 걱정이 되는 분들을 위해 일회용 음주측정기가 있습니다. 술을 조금 마셨는데 시간이 좀 지나기도 하고 애매해서 걱정이 될 때가 있잖아요? 지금 바로 운전대를 잡아도 될지 아닐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음주측정기로, 보통 개당 2유로 미만에 판매됩니다. 사용법을 보실까요?


1. 막 개봉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2. 펼쳤을 때의 모습인데요. 왼쪽 상단에 숨어 있는 측정기를 먼저 빼냅니다.


3. 가운데 구멍을 통해 빼내는 모습


4. 이 파란색 플라스틱 부분을 잡고 풍선처럼 붑니다.


5. 충분히 불어 빵빵해지면 아까 빼두었던 측정기를 파란색 튜브에 꽂고, 두 손으로 15초간 눌러 바람을 빼줍니다.


6. 노란색 크리스탈이 색상 변화가 없는 경우. 운전해도 되는 상태입니다.



7. 노란색 크리스탈의 일부가 초록색으로 변했으며, 까만색 금 부분까지 올라왔을 경우. 운전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위 사진처럼,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이 까만색 금까지 차올랐을 때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리터 당 0.1mg이고, 까만색 금을 아예 넘었을 경우에는 리터 당 약 0.3mg이라고 합니다. 6번 사진처럼 노란색 크리스탈의 색상 변화가 없거나, 아주 일부만 변했을 때만 안심하고 운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와인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야기인데요. 교수님들이 와인 시음을 하시는 일이 잦으니까, 와인 시음 콩쿠르 등의 행사나 학교에서의 시음이 있을 때 '우리는 술을 업무와 교육 목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이니, 음주운전 단속에 해당되지 않도록 별도의 배지를 만들어 달라'라는 요구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 있는 국립 와인 대학교만 해도 제 출신 학교를 포함해 3곳이며, 각종 사립 양성기관도 꽤 많으니 이런 요청이 많았었나 봐요. 하지만 몇 개월 간의 숙고 끝에 이는 반려되었으며, 다만 단속이 있을 때는 담당 경찰에게 '술을 마신 것이 아닌 와인 시음을 했음'을 밝히고 혈액 채취를 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도록 하였어요. 학교 다닐 때 시음만 몰아서 하던 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하던 경우도 있었는데 으레 마지막 시음 와인이 코냑 등 브랜디였으므로 아무리 뱉어내고 시음한다고 해도 호흡측정 방식은 너무 불리했겠죠? 실제로 동기들끼리 시험 삼아 저 측정기를 뜯어서 해봤는데, 노란색 크리스탈이 신호등의 초록불처럼 모두 초록색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한 모금도 삼키지 않았는데도 말이에요. 혹시나 업무상 와인 시음을 하셨는데 단속에 걸리게 된다면, 혈액측정을 하는 방식을 요구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것은 술이 충분히 깨고 나서, 전혀 알코올의 영향이 없을 때 운전대를 잡는 것이겠지요.


레퍼런스:

https://www.futura-sciences.com/sciences/questions-reponses/chimie-fonctionnement-ethylotest-6809/

https://www.legipermis.com/infractions/alcool-permis-conduire.html

https://www.autoplus.fr/securite-routiere/ethylotest-anti-demarrage-obligatoire-bus-197759

https://www.preventionroutiere.asso.fr/2016/03/25/connaitre-son-alcoolemie/

https://www.securite-routiere.gouv.fr/reglementation-liee-aux-risques/reglementation-de-lalcool-au-vo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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