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믹 식초랑 같은 건가요?
마시고 남은 와인이 있을 때 요리에 활용하는 법도 좋지만, 와인으로 식초를 만들 수 있다는 거 아셨나요? 레드 와인으로 천연 식초를 만들면 드레싱으로 좋고,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면 해산물에 곁들이거나 맛이 진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곁들여도 맛있어요. 먼저, 와인 식초와 발사믹 식초의 차이점부터 알아볼까요?
와인 식초는 말 그대로 포도를 발효시켜 술이 된 와인을 가지고 만드는 식초입니다. 반면 발사믹 식초는 포도즙의 당분을 알코올로 발효시키지 않고 주스 상태에서 팔팔 끓여 부피가 30퍼센트까지 줄었을 때 당분을 아세트산으로 발효시켜서 만듭니다. 그래서 와인 식초에 비하면 단맛도 더 있고 과실 향도 더 풍부하며 점성도 더 끈적하게 느껴지죠. 게다가 와인 식초는 최대 2년 정도(하지만 보통 홈메이드는 서너 달 숙성 후 먹습니다) 숙성시키는 반면, 고급 발사믹 식초는 캐스크 통에서 12년 이상 숙성 후 판매됩니다. 발사믹 식초 마니아들은 20년에서 30년 숙성한 것을 찾기도 한다는데요. 시중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는 발사믹 식초는 사실 와인 식초와 발사믹 식초를 섞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마시고 남은 와인을 처리하기가 곤란하다면 와인 식초를 만들어 보고, 꿀이나 설탕 등으로 단맛을 조금 더 추가해서 발사믹 식초 대신으로도 활용해 보면 어떨까요? 마시고 남아서 처리해야 할 와인이 여러 병 있다면, 한꺼번에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종류가 다른 화이트 와인이라도 여러 병을 섞어서 만들 수 있어요.
그럼 오늘의 주제인 와인 식초를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물을 알아볼까요? 모균, 식초통, 마시고 남은 와인만 있으면 됩니다. 간단하죠?
먼저 모균은 마더 오브 비네거라고도 하는데, 멸균 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의 종자균을 말합니다. 이 모균을 활용해서 식초를 만들어야 초산균이 있는 천연 식초를 만들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시장 할머니들이 감식초 파시는 곳에서 보면 가끔 모균을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이 모균으로 만든 식초는 구연산과 유기물질이 풍부해서 칼슘 흡수에도 도움을 준다고 해요. 그럼 이 모균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볼까요?
모균 만들기
1. 살균 소독한 빈 유리병과 고무줄, 그리고 덮을 수 있는 거즈 천을 준비합니다.
2. 처리하고 싶은 와인으로 병을 60-70% 정도까지 채운 후, 거즈 천으로 입구를 막고 고무줄을 끼워 공기가 통하게 둡니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15도에서 27도 정도가 좋으며, 빛이 잘 들어오지 않되 바람은 잘 통하는 곳이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를 건드리면 안 됩니다. 최대한 자리에서 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야 박테리아 형성이 잘 되어요. 그리고 혹시나 저온 살균을 하지 않은 와인 식초가 있다면 와인을 부을 때 조금 같이 부어주면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3. 이렇게 두 달 정도 두면, 표면에 점점 막이 생기며 두꺼워집니다. 이렇게 표면에 떠서 막을 형성하는 것이 모균이며, 가라앉는 것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모균을 조금 덜어내어서 식초를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N.B: 모균의 사진은 훨씬 징그러운 것이 많아서, 최대한 뉴트럴한 것을 골랐지만 사실 이 모균은 먹어도 되는 것입니다. 모균에는 유산균, 효소 및 미네랄이 풍부해서 생긴 것과는 달리 몸에 오히려 좋죠.
모균이 완성되면, 이제 와인 식초를 만들면 됩니다.
식초를 만들 통에 (항아리, 유리그릇 모두 좋지만 플라스틱은 안 됩니다) 와인을 붓고, 큰 숟가락으로 모균을 조금 덜어 와인 위에 둥둥 뜨도록 살짝 올려 둡니다. 입구를 단단하게 닫고 모균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공기가 잘 통하되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그늘에 두고 가능한 통을 이동하지 않습니다. 두 달이 지난 후 맛을 보고 마음에 들면, 필터로 한 번 거른 후 원하는 병에 덜어서 먹으면 됩니다. 이때 와인 식초를 덜어낸 만큼 와인을 다시 채워줘야 앞으로도 계속 식초를 만들 수 있겠죠? 이렇게 만든 모균은 와인 식초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 나눠줘도 좋습니다. 모균만 있다면 식초 만드는 과정이 더 짧아지니까요. 모균을 별도로 보관하고 싶다면 락앤락 통 같은데 담아서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팁:
1. 와인 식초는 그대로도 맛있지만 라즈베리나 크랜베리 등 레드베리류를 추가해도 맛있습니다. 필터로 거른 와인 식초와 레드베리의 비율을 4대 1로 하여 병에 담고, 다음날 맛을 보고 과일맛이 우러나왔다 싶을 때 사용하면 됩니다. 아무래도 식초다 보니까 겨울보다는 여름에 더 맛이 빨리 밸 거예요. 유럽에서는 과일뿐 아니라 허브도 섞어서 맛을 낸 와인 식초도 많이 먹습니다.
2. 와인을 처리할 목적이라면 아무거나 사용해도 좋고, 심지어 남은 와인을 레드는 레드대로, 화이트는 화이트대로 섞어도 좋지만, 혹시나 너무 비싸지 않은 와인을 사서 만들어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비교적 최근 빈티지의 와인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와인의 알코올 농도가 높을수록, 식초를 만들면 신맛이 더 강해진다고 해요. 본인의 취향에 따라 잘 선택하면 될 것 같아요.
3. 이렇게 직접 만든 와인 식초는 완성된 이후에도 가급적이면 직사광선을 피해 실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른 피클을 만들 때 활용하기에도 좋아요.
4. 필터는 커피 필터가 좋습니다.
5. 식초통에서 1리터를 덜어냈다면, 1리터의 와인을 새로 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6. 의외로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 포도의 당분을 알코올로 발효하지 않은 발사믹 식초는 말할 것도 없고 와인으로 만드는 와인 식초 역시 발효되는 동안 알코올이 모두 날아가므로 임산부 분들도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다만 홈메이드다 보니 너무 신맛이 강하다면 위에 부담이 되기는 하겠죠.
레퍼런스:
http://delphinn.com/vinaigre-de-vin-maison/
https://www.archigourmet.com/magazine/recette-vinaigre-fait-maison
https://www.tompress.com/A-10006494-comment-faire-son-vinaigre.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