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름 같은 꿀꿀함으로 평생 마음속에 품고 사는 죄의식 같은 게 있다. 어디에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보니 다른 사람이나 나의 가족이 이런 의식을 읽어내지는 못한다. 그냥 나만이 느끼는 무언가가 있다. 이건 내가 어떤 죄를 지어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자라오고 살아오면서 본의 아니게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거나 실천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쌓이면서 생긴 것이라 하겠다. 확실한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니라서 트라우마까지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사회 윤리의 잣대를 나의 인생에 들이밀었을 때, 무언가 부끄러운 지점이 있어서 생겨버린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이상한 죄의식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을 볼 때마다 종종 나를 건드린다. 아니 정확하게는 한국 사회에서 작동하는 공권력의 폭력을 볼 때, 그런데 거기서 내가 아무런 실천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게 될 때, 혹은 그런 시절을 선대의 사람들이 온전이 다 겪은 후 그저 평화만을 취득한 나 자신의 편안함을 깨닫게 될 때 불쑥불쑥 나를 찾아온다. <1980 사북>은 1980년 강원도 사북 지역에서 일어난, 그러니까 거의 45년 전의 동원탄좌 광부 투쟁 사건의 조각조각들을 다시 찾아가서 진실을 질문하고 이에 대답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사료의 파편을 모은 영화다. 나는 이 사건에서는 지식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빠져나온 후에도 이 이상하게 망연자실한 기분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1980 사북>은 박봉남 감독이 현재 가능한 선에서, 그러나 온 힘을 다해서 진실을 찾기 위한 것들을 모아낸 영화다. 우리는 진실에 대해서 막연히 하는 말들이 있다. 진실은 힘이 있다든지, 진실은 승리한다든지 등. 이런 말들은 진실을 통해서 힘을 얻게 된 자 혹은 진실을 통해서 승리를 해본 자들이 하는 후일담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거기까지 닿지 못한 사람들 혹은 거기까지 닿지 못한 시대에 그나마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은 진실에 가기 위한 자료들을 열심히 모으고 그것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영화들의 숙명이기는 하겠지만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다큐멘터리는 정말로 감독의 정신과 육체라는 필터를 혹사시켜서 뽑아내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라는 건 역시 사람이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