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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위해 어디에 머무를 것인가?

by 청리성 김작가

비슷하지만, 의미가 완전히 다른 단어들 있다.

그 의미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 말장난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칠지도 모를 일이다. ‘고독’과 ‘외로움’이 대표적인 단어다. 두 단어의 공통점은 혼자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둘의 차이는 뭘까? 이런저런 차이를 말하지만,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설득력 있는 이유는 이렇다. 고독은 의도한 혼자이고, 외로움은 의도하지 않은 혼자다. 둘 다 혼자 있는 건 사실인데, 고독은 스스로 의도한 혼자라는 말이다. 내 의지대로 혼자 있는 것이니, 그 자체를 즐긴다. 혼자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하는 것이 모두 자기가 좋아서 선택한 행위다. 누군가는 이상하게 보거나 안쓰럽게 볼지 몰라도, 당사자는 전혀 그런 시선을 받을 이유가 없다. 혼자라서 좋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의도하지 않은 혼자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혼자가 된 상황을 말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으니, 뭔가 씁쓸하기도 하고 마음이 허하다. 그 상황 자체가 짜증 나거나 화가 난다. 아니면, 우울을 뒤집어쓴 느낌이 든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자기를 안쓰럽게 보는 것 같아 싫다. 시선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불편하다. 이 둘의 감정을 가장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예가 있다. 밥 먹을 때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혼자 밥을 먹는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맛나게 밥을 먹는다. 하지만 어찌하다가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는 마음이 별로다. 밥맛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처럼 혼자 있는 상태라도, 의도 여부에 따라 기분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측과 걱정도 그렇다.

미래라고까지 하면 너무 거창하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마주하는 마음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걱정이고, 하나는 예측이다. 걱정은 막연한 두려움에 싸여 안절부절못하고, 예측은 두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찾는다. 걱정은 경력이 적거나, 지금 상황에 매몰되는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이다. 예측은 경력이 어느 정도 있거나, 지금 상황이 아닌 벗어날 상황에 집중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한다. 이 둘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걱정은 “어떻게 어떻게”를 연발하며 발만 동동 구른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한다. 경력이 오래되지 않아, 경험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나름대로 기지를 발휘해서 문제 상황을 해결하거나 최소한으로 막는다면, 능력자라 칭송받는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으로 말이다. 하지만 대체로 가만히 있으면서 일을 방치하거나, 잘못된 조처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상황에 빠져 고개를 들지 못하는 거다.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한쪽 문을 연다는 말이 있다. 걱정하는 사람은 닫힌 문만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인 채 망연자실한 상태로 있는다. 열린 문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예측은 다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데이터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한다. 경력자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양한 경험들이 얽히고설킨다. 얽히고설킨 데이터들은 직감을 통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려준다. 이것이 바로 예측이다. 예측하고 준비해서 문제 상황을 잘 처리하면, 경력자는 능력자로 변모한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암울해진다. 경력자는, 그냥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 전락한다. 심한 경우 공동체에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오래만 있었지 예측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하는 경력자는 그렇다.


예측했는데,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상황이 그렇고 해야 할 말까지 하게 될 때가 그렇다. 소름이 돋기도 한다. 마치 꿈에서 본 장면이 그대로 재연되는 느낌이다. 이 경험은 추후 또 다른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반대의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어떻게 예측할 수 있냐는 거다. 예측은 그냥 가만히 있다고 번뜩 떠오르는 게 아니다. 그 안에 머물러야 가능하다. 경력자처럼 자기가 하는 일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한다. 또 하나가, 필요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만 오래 보낸 사람이 된다. 예측하면서 나아가는 내 삶을 위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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