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함께 있어서 좋은 사람

by 청리성 김작가

문제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판단하고 비난하는 태도다. 많은 사람이 취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끼리 모여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뒷담화라고 표현한다. 혹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좋게 바라보진 않으니 멀찌감치 떨어지는 태도를 보이는 건 같다. 거리를 두는 건 같은데, 굳이 비난하려는 노력까진 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다. 남 일 같지 않은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않고, 직접 불을 끄기 위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거다.


영화에서도 이런 모습을 종종 본다.

직관적으로, 화재나 재난 영화를 보면 그렇다. 말로만 지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저 없이 그 안으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소방관>이나 <타워>가 그렇다. 사람들을 구해서 나왔는데, 그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들어간다. 다시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감동한다. 자기희생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감하게 뛰어들지 못하거나 주저하는 사람을 보고 뭐라고 하지만, 글쎄다. 실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망설여지는 건 사실이다.


직관적이진 않지만, 두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변호인>이다. 서로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야학을 운영하는 학생들을, 불순분자로 몰고 가는 세력이 있다. 대학생들이 한창 데모하던 시절, 그들을 막으려는 거였다. 변호인도 처음에는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한다. 대학 가서 공부는 안 하고 데모만 한다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지인의 아들이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변호인은, 그의 엄마와 함께 면회한다.


그때 알았다.

뭐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정신이 나간 모습을 보면서 혼란에 빠진다. 밤새도록 그들이 읽었다는 책을 읽고 고민한 끝에, 변호를 맡겠다며 변론을 주관하던 한 사람을 찾아간다. 찾아간 사람이 본래, 변호인에게 변호를 맡아달라고 했었는데 거절했던 전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찾아온 변호인을 다독인다. 감정적으로 쉽게 결정할 사건이 아니라고 말이다. 변호인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리고 돌진한다. 이런 성격이 있었기에, 갖은 협박에도 끝까지 버텨낼 수 있었다.


마지막 법정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거대한 세력의 벽을 넘기는 버거웠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끝내 패소하고, 재판은 끝이 난다. 형량을 줄였다는 성과는 있었다. 이후 변호인의 삶을 완전히 달라졌다. 돈을 위해서 일하던 사람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변호인으로 변했다. 한 번의 큰 경험이 그 사람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꿔버린 거다. 내 일에만 신경 쓰고 세상 문제는 멀찌감치 떨어져 관망하던 사람이, 사회 문제에 뛰어들어 투쟁하는 투사가 된 거다.


쉬운 일은 아니다.

화재나 재난 현장에 쉽사리 뛰어들기 어려운 것처럼, 이런 문제에 대해 뛰어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더 오랜 시간 힘겹게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과 상황 그리고 자기 자신과도 끝없이 싸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쉽게 무엇이 옳으냐고 말하기 어렵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옳다고 여기지만, ‘과연 나는 저 상황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바로 답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영화처럼 극한의 상황은 아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어쩌면, 인지하지 못할 뿐, 실제 이렇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라 판단되면, 그렇게 하면 된다. 나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크고 작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곳은 많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