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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사람은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다.

by 청리성 김작가

알고리즘의 힘일까?

아니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적용된 걸까? 출퇴근 길에는 주로 유튜브 영상을 듣는다. 듣는다고 표현한 이유는, 화면은 보지 않고 음성만 듣기 때문이다. 구독 설정한 영상이 뜨는데, 추천 영상이 뜨기도 한다. 주로 듣는 영상은, 신부님 강론 말씀이나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영상이다. 어떤 영상을 들을지 살피는데, ‘유퀴즈’ 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대화에 관련된 영상이었다. 출연한 분을 다른 영상에서도 몇 번 봤었다. 도움이 됐던 기억이 있어, 영상을 클릭했다. 역시 도움이 됐다. 막연한 도움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다. 지금 준비하는 강연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강연 준비 사연(?)은 이렇다.

며칠 전, 지난 2월에 새로 부임하신 주임 신부님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신부님께서, 모든 사목 위원과 1:1 면담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진행된 면담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신부님께서는 할 말이 많다고 하시며 말문을 여셨다. 내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셨다고 하셨다. 책을 쓴 것과 코칭하는 것을 아신 거다. 코칭에 관심을 보이셨다. 코칭이 소통과 관련된 것을 아셨는지, 신자들에게 강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 주셨다. 청년들에게도 꼭 필요한 내용이라는 의견도 주셨다.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재구성이 필요했다.

코칭 교육 과정에 있는 내용을 소통과 대화로 풀기 위해서는,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코칭에서 배우는 5가지 기술을 중심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기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배울 수 있고, 연습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청, 공감, 인정/칭찬, 질문, 피드백이다. 코칭 기초과정을 배울 때 중점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실습하면서 실제로 그 느낌을 익힐 수 있다. 말로 듣는 것보다 실제로 경험해야 깊이 들어온다. 그래서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하고 있다. 강연용과 워크숍용이다. 강연에 실습을 추가하면, 워크숍용이 되는 거다. 잘 만들어 놓으면,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메모지에 전체 흐름을 적었다.

흐름에 따라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를 선정했다. 뼈대를 완성하고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새롭게 구성하는 게 아니라, 재구성하는 것이라 그리 어렵진 않았다. 어느 정도 정리했는데, 뭔가 추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서는 이렇다. 소통의 정의를 이야기하고, 불통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후에는, 소통되는 대화를 위한 5가지를, 코칭 기술로 배치했다. 뭔가 허전했다. 중간에 무언가 들어갔으면 했다. 그 바람을, ‘유퀴즈’ 영상에서 찾았다. 영상 초반에 나오는, ‘말이 통하지 않는 6가지’다. 5가지 기술을 배우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거다. 말이 통하는, 그러니까 소통되는 대화를 위해서 말이다.


소통은 곧 대화다.

소통이 잘 된다는 건, 대화가 잘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알지만, 잘 안된다. 왜 그럴까? 앞서 언급한 기술의 부재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판단하려 들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볼 때 판단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가 있지 않은가?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그렇게 만든다. 눈에 거슬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판단한다. 이 마음을 가지고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 마음을 바꾸는 방법은, 판단이 아닌, 관심과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거다.


관심과 호기심으로 바라보면, 궁금해진다.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지는 거다. 그것을 질문하면 된다. 이야기를 듣게 되면 공감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를 보고 판단하려는 마음이 올라온다면 잠시 멈추고, 관심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켜보다 궁금한 부분이 보이면 질문하는 거다. 답을 들으면서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또 물어본다. 관심을 두고 계속 질문하고 들으면, 공감되고 이해된다. 이런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판단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질문하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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