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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볼 거 없는 최고의 장사는, 화해다.

by 청리성 김작가

화해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첫째가 사춘기였을 때다. 중학생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로 기억한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분위가 싸했다. 아내와 첫째의 언성이 높아지는 날이 잦아지는 시점이어서, 대략 짐작은 했다. 안방에 들어가니, 역시 짐작이 맞았다. 아내는 내가 오자마자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억울한 말투와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은 기억난다. 이야기를 다 들었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됐다. 어떤 포인트에서 마음이 상했는지 알았다. 이해는 됐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다음 차례는?


첫째 방으로 갔다.

아이 역시 불만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울었는지 눈이 벌겠고, 눈가가 촉촉했다. 아이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에 대한 불만이었다. 역시 내용은 기억나진 않지만, 매우 억울해한 것은 기억한다. 하려고 했는데 하라고 재촉했고, 자기 말은 듣지 않고, 엄마 말만 했다는 거였다.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사춘기라고는 하지만, 힘의 우위는 아무래도 엄마한테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필요한 것을 사달라고 할 때 들어주지 않거나,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해주지 않을 힘이 있다. 아이들은 어떤가? 없다. 투덜대거나 말을 듣지 않는 거 말고는 대적할 게 없다.


둘의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자기 잘못이 무엇인지 안다는 거다. 대충 아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기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풀릴지도 알고 있었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그 내용을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는 거다. 자존심 싸움이랄까? 둘의 이야기를 다 들으면서, 자기가 잘못한 것과 상대방이 잘못한 것 그리고 상대방에게 바라는 점이 정리됐다. 상황을 파악한 다음, 둘을 마루로 불러냈다. 아내를 먼저 식탁에 앉히고 첫째를 데리고 나왔다. 어색함과 불편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마주 앉았다.


나는 둘 사이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상황을 먼저 대략 정리했다. 각자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설명했다. 중점을 둔 부분은, 자기가 자기 잘못을 알고 있다는 것을 준다는 거였다. 화해로 들어가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어?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네?’ 서로가 자기 잘못은 없다고 여기는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게 한 거다. 서로가 각자의 잘못을 알고 있고, 인정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마음이 좀 풀어졌다. 표정이 달라졌고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서로가, 나쁜 의도가 아니라,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음부터는 이런 부분을 좀 더 생각하고, 서로를 챙기자고 말해줬다. 마지막으로, 서로 포옹하면서 마무리했다.


화해는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기 잘못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과 그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에서부터 화해는 시작된다. 타인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은, 화해하고는 거리가 멀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들어간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본인이 더 잘 안다. 알지만 잘되지 않기에 다툼이 일어나고 화해가 쉽지 않은 거다. 화해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어떠한 부분에서 잘못했고 어떤 부분은 고치려고 해도 잘 안되는지 설명하면 좋다.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의 반응은 어떨까? 알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아니다. 자기가 한 잘못을 이야기한다. 자기가 좀 더 잘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한다. 화해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화해로 얻는 건 많다.

내 마음의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마음이 불편하면 모든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불편한 마음으로 고급 뷔페를 간다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마음 편히 김밥 한 줄 먹는 게 백번 낫다. 아! 김밥을 비하하는 건 아니니 오해 없기를. 타인의 불편함도 해소해 줄 수 있다. 나로 인해 불편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보다, 좋은 선행이 있을까? 한마디로, 모두에게 좋다는 거다. ‘백해무익’이라는 말을 빌려서 표현하면, ‘무해백익’이라 할 수 있다.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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