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지난달 출퇴근 길, 지하철 광고판에 자주 보인 두 글자다. 넷플릭스에 새롭게 올라온 영화(?)다. 요즘은 영화와 드라마의 구분이 어렵다. 예전에는 그랬다. 단편이고 극장에서 하면 영화고, 텔레비전에서 하고 시리즈면 드라마라고. OTT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경계가 허물어졌다. 이제는 영화도 핸드폰을 비롯한 다양한 기기에서 볼 수 있고, 시리즈지만 영화로 인식하게 되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악연도 그렇다. 처음에는 단편인 줄 알았는데, 1시간 내외의 6부작으로 구성됐다. 넷플릭스 메뉴 단을 보니 ‘시리즈’로 분류되어 있다. 옆에 ‘영화’라는 메뉴 단이 있는 것을 보니, 영화는 아닌 거로.
포스터와 제목만 봐도 대략 느낌이 왔다.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빨간색 실 같은 것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제목처럼, 서로가 악연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시리즈 처음 한두 편의 내용은 무난했다. 어렵지 않게 이해됐다는 말이다. 시리즈를 다 보고 나서야, 초반이 무난한 이유를 알았다. 덜 얽히고설켰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포스터 이미지처럼 꼬여가는 관계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의 매력인, 반전도 괜찮았다. “와!”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면, 괜찮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서로의 상황이나 그 전개 과정은 다르다.
하지만 서로 악연이 된 이유는 하나다. 자기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해했기 때문이다. 죄를 지은 거다. 거짓말과 죄의 공통점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덮기 위해 덧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전개도 그렇다. 한 번의 죄가 또 다른 죄를 부르고 또 부른다. 덧칠하고 또 덧칠한다.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명확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죄를 지은 모든 사람은 결국 죗값을 치른다. 치렀다기보다 자승자박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누구도 아닌 본인 스스로 그 길을 택했으니 말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표현은 그다지 좋은 표현은 아니다. 행동하지 않는 것을, 꼬집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이 표현이 떠올랐다. 이 표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만약’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렇다. ‘만약 OOO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누군가를 해하려는 마음을 먹지 않고 행동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아파하지도 않았을 거다. 라이터 불로, 건물 전체를 순식간에 태우는 장면이 나온다. 볼 때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니 이 장면이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작은 악의 불씨가, 많은 사람의 인생을 다 불태워버렸다고 말이다.
죄는, 그 사람을 종으로 만든다.
한번 종이 되면 계속 끌려가게 된다. 영화에서 전개되는 것처럼, 죄의 늪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어딘가에서 끊어야 하는데, 끊기가 어렵다. 끊을 기회도 있었는데 놓친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렵게 되는 거다. 참 무섭다. 화마처럼, 죄의 화마도 참 무섭다. 처음에는 별거 아닌 말이나 행동으로 시작된다. 작은 불씨가 무서운 불길처럼 빠르게 번져가고, 더는 손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엮여 있는 빨간 실을 끊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