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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은 끝이 없다.

by 청리성 김작가

사람은 죽어도, 이름은 남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많은 분이 이름을 남겼다. 안 좋은 의미로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의미로 이름을 남기는 분들이 더 많다. 때가 되면 기억하고 그분의 정신을 기린다. 추모하는 말이나 글을 보면, 죽음으로 현세에 있지는 않지만, 마음속에는 살아있다고 말한다. 영원히 살아 숨 쉴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분을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목숨은 다했지만, 정신이 살아서 사람들 마음속에 숨 쉬고 있으니 말이다. 후손이 그분의 삶을 기억하고 정신을 기린다면, 죽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영원히 살아있는 거다. 영원히 살아서 후손들에게 그 정신을 이어주는 거다.


정신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업적이라고 해도 좋겠다. 말과 행동으로 거름을 주었는데, 그 거름으로 좋은 열매를 맺으니 말이다. 최근 언론의 중심에 선, 문형배 대법관이 그렇다. 여러 SNS에서 그분의 일화가 소개된다. 대법관 청문회에서 했던 발언은 물론, 판사 시절의 일화까지 다양하다. 지금 모습이 있기까지의 과정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간을 보냈으니,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겠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먼 산처럼 느껴졌다. 이분의 일화를 하나씩 보는데, 익히 들었던 분이 그 뒤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열매를 맺는 데 필요한 좋은 거름 역할의 주인공 말이다.


김장하 선생이다.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로 잘 알려진 분이다. OTT에서 이분의 다큐멘터리가 계속 눈에 띈 이유가 있었다. 문형배 대법관이 ‘김장하 장학생’ 출신이었던 거다. 문형배 대법관은, 힘들었던 시절, 이분의 도움으로 공부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개한다. 공부를 마치고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당신께 받은 것은 사회에 되돌려 주라고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대학 때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계속 밥 사주는 게 고맙고 미안해서, 마음먹고 밥값을 내려고 했다. 선배는 손으로 말리면서 한마디 했다. “나한테 얻어먹은 거는 나중에 후배들한테 사주면 돼! 나도 그렇게 배웠어!”


이것이 진정한 선순환이지 않을까?

이름을 남긴 분들의 공통점을 보면, 선순환의 시작이었거나 그것을 이어 나간 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혁명을 일으켰거나, 당신이 받은 도움을 그대로 후대에도 이어줬으니 말이다. 앞선 두 분의 모습도 딱 그렇다. 사회에 되돌려 주라는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하고 있고 또 계속 이어 나가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닮고자 노력할 것이고, 그렇게 행동할 것으로 본다. 어수선한 시국에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도는 것이 참 좋다. 진짜 봄이 오나 보다.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싹이 돋듯, 그렇게 봄이 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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